안녕하세요. 6월 모의고사를 보고 '이제는 해도 안 돼'라며 N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까지 남은 약 120일(4개월)은 성적을 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만약 1월부터 5월까지 하루 6~7시간 꾸준히 공부했고, 기출을 한 번 풀어본 4등급 학생이라면 이 120일은 충분히 마지막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N수생은 수업/강의 시간을 포함해 하루 13~14시간, 현역 정시파이터는 10~11시간의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역도 1학기 이후에는 대부분 자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니까요. 하루 평균 12시간을 공부한다고 가정하고 과목별로 배분해봅시다. 국어 4시간, 수학 4시간, 영어 1시간, 탐구 3시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어를 기준으로 하루 4시간씩 120일을 공부한다면, 총 480시간의 순수 국어 공부 시간이 남은 겁니다. 480시간이 성적을 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임을 구체적인 학습량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김동욱 선생님 국어 풀커리: 예습 3시간 + 수업 3시간 = 주 6시간. 26주차 커리큘럼 기준 총 156시간. 기출 15년치 재풀이 및 분석: 한 회차당 3시간 소요. 총 45시간. (최소 기출 1회독 완료 가정) 사설 모의고사 실전 연습: 주 2회, 총 30회. 한 회차 풀이/오답/분석에 4시간. 총 120시간. 사설 주간지: 주간지 1권에 독서/문학 지문 각 8개. 한 지문 30분 소요, 1권에 4시간. 20주차 주간지 기준 총 80시간. 이 모든 과정을 합치면 총 491시간이 나옵니다. 남은 120일 동안 풀커리큘럼, 기출 15년치, 사설 모의고사 30회, 사설 주간지 20주차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양을 제대로 소화해낸다면 1등급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월부터 5월까지 개념과 기출을 한 번씩 돌렸다면, 이 정도 이상의 학습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별로 안 남았으니 포기하겠다"는 변명은 하지 마세요. 지금은 현실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봅시다.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능이라는 시험이 무엇을 묻는지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수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 암기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서 한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 같은 암기 과목 공부법으로 좋은 성적을 받아왔습니다. 내신 영어 학원에서는 지문을 통째로 암기하면 빈칸/순서/삽입 등 어떤 고난도 유형으로 나와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죠. 문제 풀이 방법을 모르고, 정석적인 논리 과정을 몰라도 지문만 완벽하게 '암기'하면 확실한 리턴값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과목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문제는 이러한 12년간의 학습 경험 때문에 수능 공부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능은 '사고력'을 묻는 시험이기에, 단순 암기와 반복을 통한 양적 확대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겨울방학부터 5월까지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수능에 적합한 방법으로 공부하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공부하면 수능 날에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내신식 방법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해봤지만 결국 4등급을 받았기에 장담할 수 있습니다. 국어를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항상 지문을 읽으며 내용을 머릿속에 기억하려 했고, 기억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택지를 판단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 눈으로 수없이 근거를 찾아가며 풀었죠. 틀리면 해설지를 읽고 하나하나 근거를 분석했습니다. 지문도 강의를 들으며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받아 적고 분석했습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등차수열만 보면 가 기계적으로 나왔고, 삼차함수만 보면 식으로 썼습니다. 확률과 통계는 '같은 것 -> 다른 것 분배는 중복조합, 다른 것 -> 다른 것 분배는 중복순열' 등으로 유형을 기계적으로 암기했습니다. 틀린 문제는 강의를 봤고요. 강의를 볼 때는 이해가 잘 되지만, 막상 스스로 풀려고 하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각 과정을 최대한 암기하려고 공부했습니다. 콘텐츠에 집착하고 강의를 많이 들었습니다. 유명한 콘텐츠는 최대한 구매했고, 좋은 강의라고 평가받으면 다 들어봤죠. 하지만 아무리 많이 풀고 강의를 봤어도 방법론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성적은 항상 그대로였고, 틀렸던 문제는 비슷하게 또 틀렸습니다. 강의를 빠짐없이 받아 적고 암기하며 완강했지만, 얻어가는 것은 적고 성적 변화는 미미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했는데도 자신이 잘못된 공부를 하는지 깨닫지 못했던 건, 내신 때 이렇게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주변 학원에서도 수능 국어와 수학을 이렇게 가르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저는 수능 공부를 어떻게 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른 채, 제대로 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며 공부해왔던 것입니다. 지금 이 칼럼을 읽는 학생들 중에서도 '내 이야기'라고 느끼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어떻게 저렇게 공부를 할 수가 있지?'라고 의문이 들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합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공부를 하고 있다면 바꿔야만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방법론으로는 몇 년을 해도 수능을 정복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수능이 '암기력'이 아닌 '사고력'을 묻는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사고력을 올리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럼 '사고력을 기르는 공부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바로 'Why?'와 '고민'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학교 문학 수업에서 선생님이 구절의 의미와 표현법을 알려주면 우리는 받아 적습니다. 왜 그 구절이 그러한 의미를 갖는지 궁금해하기보다는 받아 적고 암기하는 공부만 하죠.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예로 들어봅시다. 화자와 임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왜 '역겨워'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이별하는 상황이어도 '역겹다'는 말은 과하지 않나요? 왜 많은 진달래꽃 중에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을 뿌릴까요? 그리고 왜 하필 많은 꽃 중 '진달래꽃'일까요? 지금 이 칼럼을 읽는 학생 중에는 '호기심'이 마음속에 올라오는 학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막상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멍청하거나 부족해 보인다는 걱정, 쉬는 시간 1분 남았는데 질문하면 민폐 같다는 생각도 있을 테고요. 솔직히 의미 없는 질문일 수도 있고, 설령 질문하더라도 '그냥 그래'라는 대답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궁금하더라도, 이해가 안 가더라도 그냥 불러주는 대로 '7.5조 3음보', '구체적 지명 사용' 적고 암기만 하면 어차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니 굳이 '왜?'라는 질문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수능 공부는 저기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잘 봅니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강의에서 선생님이 "얘들아, '맞서다'의 '맞'은 접사야. 그래서 '맞'은 형식이자 의존 형태소지?"라고 말했을 때, '맞'이 왜 어근이 아니라 접사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세 부류의 학생이 존재합니다. A: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이 말한 내용만 받아 적고 암기하는 학생. B: '왜 '맞'이 접사인지 이해가 안 돼서 질문하는 학생. C: 스스로 자신이 배웠던 접사와 어근의 개념을 생각해보고, '왜?' '맞'이 접사인지 고민하는 학생. A가 최악이고 B가 차선이라면 C가 최선입니다. 설령 C가 스스로 고민해서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결국 C가 수능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내신이나 공무원 시험에서는 A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신은 범위와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이해가 안 된다면 무조건 암기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어차피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 접사와 예문을 통째로 암기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수능에서는 A의 공부법이 최악입니다. 언매 개념서를 펴면 접사와 예시가 나와 있는데, 그것을 암기해서 수능 날 기억하려면 몇 번이나 봐야 할까요? 최소한 20번은 봐야 할 겁니다. 이게 효율적인 공부법일까요? 중간고사 언매라면 범위는 형태소와 문장 정도로 축소되지만, 수능은 언매 전체가 범위이고 기간도 100일이 넘습니다. 과연 단순 암기식으로 극복이 가능할까요? 내가 1% 지능을 가진 천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비효율적인 공부가 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수능은 암기를 묻지 않기 때문에 성적은 성적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수능은 '사고력'을 묻는데 '암기' 위주의 공부만 했으니까요. B는 그래도 공부하면서 물음표를 띄웠지만, 스스로의 고민 없이 남이 해결해줬기 때문에 일주일만 지나도 까먹고, 이해했더라도 바로 자기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많은 복습을 해야만 자기 것이 됩니다. B처럼 공부하는 것이 그 순간은 효율적일지 몰라도 길게 보면 이후에 남는 것이 적기 때문에 비효율적입니다. 반면에 C처럼 스스로 고민을 통해 '왜 '맞'이 접사인지 파악'했다면, C는 접사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이후 최소한의 복습으로 장기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럼 다른 용례로 응용되어도, '접사'를 파악하는 메커니즘 자체를 이해했기 때문에 어떻게 응용되어도 잘 풀 수 있습니다. C처럼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이 왜 접사인지 의문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접사의 기본적인 성질은 '혼자 쓰일 수 없다'입니다. '맞'은 혼자 쓰일 수 없죠. 그럼 그다음으로 의심해볼 것이 '맞'이 동사나 형용사인지 판단해보는 것입니다. 이때 접사의 또 다른 성질인 '접사는 품사가 아니다'를 이용합니다. 비통사적 합성어 '뛰놀다'에서 '뛰'는 단독으로는 쓰일 수 없지만 어근인 경우가 있죠. 그럼 '맞'이 동사나 형용사라면, '맞다'의 의미가 살거나 연결어미를 붙였을 때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그런데 '맞서다'의 의미는 '맞다'의 의미가 살지 않고, '맞아서다'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심해보면, '맞서다'의 의미는 '마주서다'이죠. 그런데 '마주'는 부사입니다. 부사는 스스로 변형되지 않죠. 그럼 '맞'은 부사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접사의 성질을 모두 고려해봤을 때, '맞'은 어근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접사라고 판단이 가능한 거죠. 이러한 공부가 수능에서 요구하는 사고력 공부입니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막상 보면 시간을 많이 소요해서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원리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공부를 했기 때문에 다른 문제에 적용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금방 자신의 것이 됩니다. 단순히 [날짐승 vs 날고기]를 판단해보는 것을 예로 들어볼게요. 여기서 '날'은 동일한 원리로 어근인 '날다'라는 의미가 사는지 판단해보면 됩니다. 날아다니는 짐승은 되지만, 날아다니는 고기는 되지가 않습니다. 후자는 본래의 어근 의미를 잃었기 때문에 후자는 접사로 쉽게 판단이 가능합니다. 결국, 본질에 다가설 때 공부가 효율적으로 바뀝니다. '맞서다'를 공부할 때 원리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날짐승'을 판단할 수 있고, 역으로 '날짐승'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수능장에서 '맞서다'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접사 종류만 달달 암기만 하면 '날뛰다' 같은 것이 나왔을 때 접사인지 어근인지 판단이 안 됩니다. 그리고 날짐승은 통사적 합성어고, 날뛰다는 비통사적 합성어인지도 모르겠죠. 수능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본질에 맞는 공부를 해야만 맞출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독서 영역을 한 번 보겠습니다. (23학년도 9평 국어영역 14번 문항, 댐핑인자 지문) 원인이 무엇일까요? 비례/반비례 문항을 처음 봐서 대응을 못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비례/반비례만 체크하고, 정보만 처리했기 때문에 틀린 것입니다. 여기서 근본적인 'Why?'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넘어갔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문장 1: "두 웹 페이지가 실제로 받는 값은 2에 댐핑 인자를 곱한 값이다." 이 문장을 읽었으면 당연히 "댐핑인자가 뭔데?", "왜 2를 보냈는데, 그대로 2를 받지 않고 댐핑인자를 곱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어야 합니다. 이 의문을 품지 않고 단순히 글자만 읽기 때문에 글의 내용이 머릿속에 이해되지 않는 것입니다. 수능에서 사고력 공부는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됩니다. 글을 읽어가는데 이해가 안 되는 지점들이 있으면 당연히 물음표를 띄워야 합니다. 이게 필연적인 태도로 느껴져야만 수능 국어를 잘할 수 있습니다. 문장 2: "댐핑 인자는 사용자들이 웹 페이지를 읽다가 링크를 통해 다른 웹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는 비율을 반영한 값으로 1 미만의 값을 가진다." 당연히 필자는 이에 대한 대답을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문장은 저도 한 번에 의미 파악이 되지 않는 어려운 문장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저 문장에 굴복해서 이해를 포기하고, 시간 제한 때문에 정보 처리만 하거나 기억하려고 넘어가면 14번 문항을 무조건 틀립니다. 싸워서 이겨내야 합니다. 일단은 이 문장만 가지고 고뇌하기보다는 뒤에 예시가 있으니 예시를 통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현명할 겁니다. 문장 3: "댐핑 인자는 모든 링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령 그 비율이 20%이면 댐핑 인자는 0.8이고 두 웹 페이지는 A로부터 각각 1.6을 받는다." 댐핑인자는 '다른 웹페이지로 이동하지 않는 비율을 반영'한다고 했습니다. 예시에서 그 '이동하지 않는 비율'이 20%라고 합니다. 그럼 댐핑인자는 0.2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댐핑인자가 0.8이라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해야 할 자연스러운 의문은 "왜 0.2가 아니라 0.8이 댐핑인자야?" 라는 반응입니다. 여기서 상위권은 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읽어서 스스로 해결합니다. 중하위권은 "아, 저게 짜증 나게 뭔 말을 저리 쓰는 거야" 하고, 그냥 밑줄 긋고, 비례/반비례 표시만 하거나 옆에 정리해놓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14번 답이 안 보여서 4번이나 5번을 찍고 해설지나 강의를 봐서 틀린 것을 찾고 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것입니다. 이 문항을 틀린 학생은 100명이면 100명 모두가 '반영'을 놓치는 실수였다고 피드백할 겁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수능 국어는 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수험생이라면 저 문장을 이해될 때까지 30분이 걸리더라도 혼자 고민해봤을 겁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Why?'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면서 읽기 때문입니다. '이동하지 않는 비율'이 20%라고 했습니다. 그럼 0.8은 1-[0.2]이므로, '이동하는 비율'입니다. 그럼 "왜 이동하는 비율 = 댐핑인자"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0.8이 이동하는 비율이라면 A사이트에서 다른 사이트로 넘어가는 비율이 80%라는 것입니다. 그럼 그 비율을 정확하게 반영하려면 '이동하는 비율'을 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A사이트에서 중요도를 받는 것이니까요. 그럼 A사이트에서 이동하는 비율만큼 중요도를 받는 것은 매우 합리적일 것입니다. A사이트는 사람들이 별로 안 중요해서 20%로 이동하고, B 사이트는 사람들이 중요해서 80%로 이동하는데 똑같이 2를 받는다면 '중요성'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댐핑인자'를 곱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웹 페이지의 중요성이 중요도에 반영되니까요. 이렇게 읽으면 (1)번 문장을 읽으면서 했던 의문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이렇게 읽으면 3문단과 4문단은 정보가 없습니다. '당연하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리고 13번 문항은 10초 안에 풀고 넘어갑니다. 2번 선택지인 [웹 페이지로 이동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댐핑인자는 커진다] 는 '내가 지문을 읽으면서 했던 사고 과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거든요. 이렇게 공부하는 학생은 수학 22번을 스스로 풀었을 때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수능 국어는 재미있습니다. 이 문항만 이렇게 물을까요? 아닙니다. 제가 쓴 칼럼 중 [수능 국어는 독해한 사고 과정을 묻는다]에서도 언급했듯이, 평가원은 학생들이 정확하게 읽고 생각했는지 '독해력'과 '사고력'을 묻기 때문에 저런 선택지들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매우 쉬운 문제인데 왜 당시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틀렸을까요? 댐핑인자가 정의된 문장을 보면 "댐핑 인자는 사용자들이 웹 페이지를 읽다가 링크를 통해 '다른 웹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는 비율'을 반영한 값으로 1 미만의 값을 가진다"라고 제시되어 있으니까요. '이동하지 않는 비율'이 댐핑인자를 정의한 문장에 있으니 눈알 굴리기로 푸는 학생들은 절대 2번 선택지를 고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답이 없으니 4번, 5번을 찍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리고 "아.. '반영한'을 못 봐서 실수했네"라고 넘어갈 것입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기출을 헛공부한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했던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지문을 붙잡고 고민해보면 됩니다. 그렇게 모든 기출을 스스로 다 뚫어내면 수능 국어는 최소 1등급 베이스가 길러집니다. 이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노력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제는 수학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 수능 21번, 오답률 87% 문항입니다. 큐브에도 질문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 문항인데, f(x)가 3차 함수이고, f(2x+1)}/f(x)}가 모든 실수에서 극한값이 존재한다는 문항입니다. 워낙 유명한 문항이라 굳이 안 봐도 기억이 날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분모 함수는 분모가 0일 때 극한값이 존재할 수 없지? 그런데 3차 함수는 근이 무조건 1개 이상은 존재하니까, 분모가 0일 때 분자도 0이 되어 약분해야만 극한값이 존재하겠네. 그런데, 근에 대한 정보가 없는데..? 일단 1을 근으로 가진다고 가정해볼까? 이면 분모는 0으로 가니, f(3)이 0이어야겠네. 어? 그럼 분모에 또 0이 생기는데, 이거 제거해줘야만 수렴하니까 f(7)는 또 0이네? 그럼, f(7)일 때 제거해주려면, f(15)가 0? 3차 함수는 근이 최대 3개인데 이러면 '모든 실수'에서 수렴할 수가 없는데? 그럼, 매우 특수한 경우로 과 x가 같아서 서로 약분되는 경우만 되겠구나. 를 풀면 만 근으로 가져야만 하겠네. 그럼 상수항 조건이랑 각 항 정수 조건이 있으니 f(x)=(x+1)(x^2+px+4)라고 쓸 수 있겠구나. 만 근으로 가져야 하니, 서로 다른 두 실근을 가질 수 없고, 중근도 로만 가져야 하는데, 상수항이 4이니 안 되니, 모두 허근을 갖는 을 풀어줘야겠네. 이차항이 인데 이것이 정수이려면 p도 정수니까 그대로 을 풀어주면 되겠구나. 사실 뜯어보면 과정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댐핑인자 지문과 비슷합니다. 실전과 연습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큰 문항이죠. 이 문항은 기출에 유사 문항이 있습니다. 완전히 신유형이 아닙니다. 2019학년도 수능 나형 21번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풀립니다. 1. 분모 함수 수렴 조건 2. 판별식 3. 정수 조건이 동일하고, 2번과 3번 과정만 추가로 포장지가 들어간 문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의 학생이 풀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수능에 적합한 방법으로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포장지를 뜯어보면 아는 문항이지만, 저도 풀 때에는 살면서 처음 보는 문항이었습니다. 그럼 당연히 처음 시작은 'Why?' 로 시작해야 합니다. "언제 저 꼴은 극한값이 존재하지 않지?" 로 사고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럼 분자는 다항함수이니 연속입니다. 반면에 분모는 0이 되면 상수/0이니 발산해버리죠. 그럼 당연히 분모를 기준으로 조사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함수의 정보를 모르죠? 그럼 당연히 관찰해야 합니다. 수열의 경우도 모르면 일단 1 넣어보고, 2 넣어보잖아요? 그럼 당연히 1 넣어보고 2 넣어보면서 언제 수렴하는지 찾아보는 것입니다. 2번 과정만으로 이해가 안 되었더라면 저는 2를 넣어보면서 확신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물론 미지수로 잡고 일반화해서 풀어도 되지만, 저는 처음 풀 때 직관적으로 와닿기 위해 간단한 숫자를 대입해봤습니다. 발상적이지 않고 너무 자연스러운 관찰 과정입니다. 그럼 나머지 과정은 기본적인 근 판별 방법과 잔계산 줄이는 정도로 풀립니다. 그런데 다수의 수험생은 단순히 기출 분석의 과정을 결과값만 암기합니다. 저런 '형태 꼴은 에서만 근을 가져야만 수렴한다는 결과'만을요. 이러면 당연히 낯선 포장지로 둘러싸인 동형 문제를 봤을 때 풀리지가 않습니다. 19학년도 나형 문항과 거의 유사함에도 풀지 못한 이유죠. 내가 실력을 기르고 싶다면, 해설을 보더라도 '계속 Why?'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1. 왜 분모를 기준으로 조사하는지 2. 왜 1을 대입해보는지 3. 왜 판별식을 쓰는지 각 과정을 스스로 질문을 해가면서 필연성을 만들어 납득해야만 다른 문항에도 적용이 됩니다. 결국 모든 과목의 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강의를 보면서 풀이에 대해 이해를 했다면, 이제는 '왜 그렇게 접근해야만 하는지' 이해를 했습니다. 예전에는 ABC와 DEF가 닮음이라고 해설지에 써져 있으면 '아, 이 닮음을 파악을 못해서 문제를 못 풀었네'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왜 저기서 닮음을 발견할 수 있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아 여기서 보조선을 그어야만 풀리는구나'라고 이해하고 암기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럼 항상 비슷한 유형을 계속 틀렸죠. 그런데 '왜 저기서 보조선을 저렇게 그어야만 하지?' 라는 물음을 던지고,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몇 년 동안 공부해도 오르지 않던 등급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수능 수학은 공부하면서 외울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등차수열 자체를 이해하니 일반항이나 합공식은 거의 쓸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삼차함수의 일반항을 쓰고 대입하면서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과 조건을 관찰하고 해석해서 그 상황을 결정하고 식을 써내려가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니 [뉴런]에 있던 그 많은 실전 개념 내용들이 너무 당연해서 외우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 들어와 있고 자연스럽게 문제 풀 때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확통은 상황을 직접 해보면서 경험해보니 전혀 암기할 것이 없고, 그렇게 접근하는 것에 대한 필연성을 느꼈습니다. 정말 간단한 문제를 예로 들면, 등차수열 an이고 일 때 를 구하시오. 4등급 시절에는 과 를 풀어서 a와 d값을 구하고, 도 공식 써서 구했습니다. 정말 바보처럼 공부했죠. 물론 문제는 풀립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가 아닌 공식 적용일 뿐입니다. 개념을 이해하니, 등차합은 평균 × 항의 개수이니, 와 동일합니다. 그리고 등차수열은 간격이 등차이니 a2에서 a4까지 2칸 갔을 때 2만큼 커지니 a4에서 a7까지 3칸 갔을 때는 3만큼 커질 것이니 a7은 8일 것입니다. 그럼 으로 풀 수 있죠. 예전에는 수없이 계산해야만 했는데, 개념을 이해하니 눈으로 풀리고 수학이 재미있어졌습니다. 결국, 수능에서 무엇을 묻는가를 이해해야만 성적이 움직입니다. 동형 문제로 2022학년도 수학 13번이 있습니다. 이것도 관찰해서 닮음을 발견하면 계산이 크게 줄지만, 지수로그 계산으로 밀고 가면 계산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생각보다 학생들은 '고민'의 과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학습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의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시간이 아깝거든요. 고민하지 않고 해설지와 강의를 확인하면서 공부하면 한 시간에 4~5지문을 풀 수 있는데, 스스로 고민하면서 공부하면 한 시간에 1~2지문밖에 못 보거든요. 그럼 옆에 친구는 주간지 풀고, 실모 풀어가는데 자신은 아직도 기출 하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빨리 진도 나가기 위해 '고민'의 시간을 포기합니다. 그것이 효율적인 공부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수능은 메이플스토리가 아닙니다. 문제집을 많이 푼다고 해서 좋은 등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고민의 과정을 건너뛰고, 해설지를 보고 강의를 봐서 N제 한 권을 빠르게 풀었어요. 그런데 다시 풀면 틀렸던 것을 또 틀립니다. 비슷한 난이도 N제 정답률이 변함없이 3~40%라면 오히려 많이 풀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단순히 양만 채우는 공부, 의무감에 하는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옆에서 제대로 N제 한 권을 푼 학생보다 3~4권을 풀어도 깨닫는 것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많이 푸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지금의 국어와 수학 경향이라면 퀄리티를 가리지 않고 많은 문제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많이 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은 시간 내에 많이 풀 수 있는 학생들은 '허수'이거나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학생입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모의고사를 하나 풀어도 많아야 2~3개 틀립니다. 그럼 이런 학생들은 2~3문제만 고민하고, 애매했던 문제만 점검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그 2~3문제도 이미 실력이 쌓인 학생들이기 때문에 약간의 짧은 시간 고민을 해도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적은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런 최상위~상위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9~10월쯤 되면 1일 2실모도 가능한 피지컬이 길러집니다. 반면에 중하위권은 보통 모의고사를 풀면 7~9문항 틀립니다. 그리고 한 문항을 해결하는 데에도 고민하기 시작하면, 10분 정도 걸려도 해결 못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중하위권인데 상위권처럼 공부하려고 하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지는 꼴입니다. 당연히 저 고민의 과정을 패스해야만 상위권처럼 풀 수 있으니 대충대충 양만 채우는 공부밖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재능을 가지지 않는 이상 저 상위권들도 중하위권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시절 '깊은 고민'의 시간을 견뎠기 때문에 저런 피지컬이 길러지고, 저렇게 공부가 소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그 과정을 견디지 않고, 무작정 상위권 공부법을 추구만 한다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지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는 동안 받는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 힘듭니다. 제가 위에서 예시를 든 문항을 고민하는 데 적어도 2~30분씩 걸립니다. 그럼 고민하는 동안 엄청난 지적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여러 번 읽고 많이 고민해봐도 안 뚫리거든요. 그럼 누구나 찢고 싶은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부에 회의를 느낍니다. 그럼 학생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럼 왜 스스로 해결도 못 하는 질문인데 왜 고민하라는 거죠? 어차피 해설 강의 봐야 하는 지문이면, 처음부터 보는 것이 시간 아끼는 길 아닌가요?" 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는 길이 오히려 학습 효율을 망가뜨리는 길입니다. 고전소설이 어려웠다고 가정해봅시다. 이유를 물어보면 호칭이 바뀌어서 인물 관계가 파악이 안 되고,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합니다. 그럼 해결법은 무엇일까요? 스스로 인물 관계가 파악이 되고, 내용이 이해가 될 때까지 5번이고 10번이고 읽어서 뚫어내는 것입니다. 이 공부를 1월부터 5월까지 해왔다면 이번 고전소설도 어려웠어도 시간이 얼마 안 걸렸을 겁니다. 2024 수능의 '잊음을 논함'을 이해해보려고 애썼고, '골목 안' 인물 관계를 스스로 파악하려고 애썼다면 이제는 고전소설은 점수밭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강의에서 선생님이 이해시켜주는 것만 받아 적고, 내용 정리만 해왔으면 당연히 '읽기 능력'이 길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고전소설 풀다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시험 자체가 망가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장 최악은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선생님이 인물 관계 파악해주고 이해시켜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선생님의 강의력이 워낙 뛰어나니 완벽하게 이해시켜 줄 겁니다. 그렇게 강의를 들어서 이해했다고, 또 내 실력이 올라갔다고 착각한 채 공부를 하겠죠. 그러다 공부하다 막히면 해설지 보고 넘어가고, 또 선생님이 이해해주는 것을 받아먹으면 변화가 없습니다. 당연히 적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을 할 수 있지만, 시험장에선 선생님도 해설지도 없습니다. 차악은 특별한 방법론이 있다고, 강의 쇼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내가 인물 관계가 파악이 안 된 이유는 특별한 방법론이 있는데, 내가 그 방법론을 몰라서 시험장에서 이해를 못 한 거야'라고 생각하고, 여러 강의를 찾으러 다니는 것입니다. 그런 꿈과 같은 방법론은 없습니다. 어떤 강의도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겁니다. 만약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어느 누구도 수험생활을 고생하면서 하지 않고, 강의 봐서 해결하겠죠. 결국에는 본질로 돌아가서 공부해야만 합니다. '본질'은 '사고력'이고, '사고력'은 고민을 통해서 길러집니다. 그럼 제가 [6평 복기 방법]에서 말했듯이 지금이라도 고전소설 펼쳐 놓고, 인물 관계가 파악될 때까지, 이해될 때까지 1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뚫어야만 합니다. 최소한 기출 15년치 고전소설을 모두 그렇게 공부해서 뚫는 경험을 통해 능력치 자체를 기른다면, 수능에서 어떤 고전소설이 나와도 시간 안에 뚫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수능에서 요구하는 독해력이자 사고력입니다. 비단 이게 고전소설에만 통하는 공부 방법론이 아닙니다. 저는 1월부터 꾸준히 칼럼에서 본질로 다가가라고 언급 드렸습니다. 독서든 문학이든 화작이든 언매든 모두 스스로 고민을 해서 뚫어내는 공부만이 여러분의 '읽기 능력' 자체를 상승시킵니다. 이 과정을 겪지 않고 모든 것을 강의와 암기로만 해결하면 실력은 정체됩니다. 당연히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이 훨씬 힘들고, 공부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평소보다 적은 양을 풀게 되어 걱정도 되고, 머리도 많이 써야 하니 피곤하고 진이 빠집니다. 당장 강의를 보면 선생님은 환상적인 강의력으로 나를 쉽게 이해시켜 줄 것인데 굳이 내가 힘들게 고민하는 과정이 당장은 의미 없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막히면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고 찢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강의나 해설지를 봐서 빨리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달콤하나, 나를 서서히 망치는 '사도(邪道)'의 길입니다. 스스로가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은 선생님의 독해력이고, 선생님의 수학 실력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강의의 내용을 단순히 수용하지 않고, 어떻게, 왜 그런 방식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강의의 내용이 자신의 것이 되어가며, 그것을 '체화'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강의의 내용을 받아 적고,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암기이지 체화가 아닙니다. 이러한 스스로 고민해보는 경험 없이 세상에는 내 실력을 갑자기 올려줄 국어 강의, 수학 강의, 콘텐츠는 없습니다. 그러니 6평에서 만족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스스로 깊이 성찰해보고 반성해보세요. 반드시 '길'이 보일 것입니다. 그 길이 당장은 어두울지 몰라도, 스스로 고민하면서 얻는 광채와 같은 깨달음이 그 길을 밝게 해줄 것입니다. (이 글을 본 수험생 중 일부는 '맞아! 자습이 중요하지! 이제부터 강의를 안 듣고 자습만 한다'라고 극단적인 스탠스로 바꿉니다. 하지만 저는 강의를 듣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강의는 1등급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지름길로 안다고 해도, 걷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1등급에 도달하려면 강의에서 알려주는 지름길을 바탕으로 '내 발로 걸어야'만 한다는 것이 제 말의 요지였습니다.) 6월 모의고사는 시험의 반환점이자, 1월부터 5월까지 공부한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파악하고, 고민하고 성찰해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봐야 합니다. 분명히 내가 공부하는 과정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거거든요. 그런데 문제점을 찾지 않은 채 관성적으로 공부하면 9평에도 똑같은 성적을 받을 것입니다. 제가 말했던 여러 말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문제점 파악입니다. 이건 스스로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민해서 파악해야만 합니다. 남 보고 파악해달라고 해도 표면적인 것밖에 파악 못 합니다. 남이 자기 자신을 자기보다 더 잘 알 수 없거든요. 예를 들어, 위 수학 문제를 틀렸다고 가정해봅시다.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은 '21번 문제를 틀렸는데, 문제점이 뭘까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입니다. 당장 1번 과정이 안 되었다면, 개념의 문제겠죠. 분모 함수의 수렴 조건도 모르는 것이니 실전 개념의 부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번 과정을 못했다면, 1이나 2 같은 숫자를 넣어보면서 관찰할 생각을 못한 것이니 문제 해결 능력의 부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경험을 누적시키는 것이 효율적이겠죠. 당장 한 문항을 틀렸어도 각기 틀린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점 성찰은 스스로만 할 수 있습니다. '지기(知己)'가 되었다면, 그 이후에 해결책은 스스로 최대한 고민해보고, 검증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보세요. 제가 수험 생활을 하면서 후회되는 것은 잘못된 방향성을 옳다고 느끼고 향한 것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직 그 결과가 나와야만 그때 인정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제가 누군가의 조언을 받았더라면 일찍 깨달음을 얻었을 겁니다. 주변 선생님도 좋고, 메가스터디 QnA도 좋고, 큐브도 좋습니다. 큐브 앱이 좋은 점은 검증된 마스터에게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훌륭한 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해보세요. 재종이나 과외 비용에 비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제가 수험생이라면 최대한 이용했을 겁니다. 제가 최근에 받은 질문 중 가장 훌륭하다고 느낀 질문이 있습니다. 작년 수능 국어 16번 보기 문항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 학생의 질문은 "'대법원은 실명을 거론한 경우는 물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주위 사정을 종합할 때 지목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제3자가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가해자의 법적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해 왔다'라는 문장을 봤을 때, 머릿속에 '실명을 거론한 경우'밖에 남지 않았고, [보기] 문장을 읽을 때 'B는 같은 전시관에서 물고기 관리를 혼자 전담한다'라는 문장에서 '혼자'를 놓쳤다는 질문을 했고, 피드백이 '[보기]를 꼼꼼히 읽자'라는 식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질문의 유형이 이 학생을 제외하고도 굉장히 많이 받는 유형입니다. 결국 피드백이 '[보기]를 꼼꼼히 읽자'로 귀결된다는 것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보기]를 꼼꼼히 읽자'라는 피드백은 실전에서 무용지물입니다.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읽을 때, 내가 그 텍스트 그 자체를 기억하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현장에서 30%를 기억하면 정말 잘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문은 필자가 써 내려가는 초점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강약 조절이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이해가 가능하지만, [보기]는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다수의 내용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기억할 수 없고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럼 결국 제가 생각할 때 올바른 피드백은 '지문 독해' 입니다. 이건 십중팔구 독서에서 오류는 지문 독해에서 오류가 나기 때문입니다. [㉮ "대법원은 실명을 거론한 경우는 물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주위 사정을 종합할 때 지목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제3자가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가해자의 법적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해 왔다."] 이 문장을 봤을 때 적절한 반응은 '당연하네' 가 적절한 반응입니다. 위에서 빌드업을 계속 한 것을 고려하면, [id=개인]이 동일시되지 않기 때문에 명예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실명을 거론했다면 당연히 [id=개인]으로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명예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겠죠. 그리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가 알 수 있는 경우]도 [id=개인]이 동일시되기 때문에 명예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 내가 이 문장을 봤을 때 [1. 실명을 거론한 경우 2.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3자가 아는 경우] 이 두 가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id=개인]으로 특정 지을 수 있을 때" 로 새롭게 자신의 언어로 정의를 했어야 합니다. 그럼 굳이 정보가 여러 가지가 되지 않고, 내가 이해한 언어로 머릿속에 지문의 내용이 정리되어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되지 않는다면, 글을 누적해서 읽는 연습의 부족, 문장을 단순히 정보 처리하고 이해하는 것에 부족이므로, 여기에 더 신경 쓰면서 공부해야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정보가 이해되어 [보기]를 볼 때, "[id=개인]으로 특정 지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가진 채 문제를 풀겠죠. A는 ㅁㅁ전시관에서 물고기를 관리하는 b라고 했으니 여기서 적절한 반응은 'b를 B라고 특정 지을 수 있나?' 입니다. 그럼 다시 [보기]로 돌아가서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그럼 [B는 같은 전시관에서 물고기 관리를 혼자 전담한다]라고 있으니 '아, b를 특정 지을 수 있네', "A도 처벌받을 수 있네"라고 반응해서 2번에서 손가락을 거는 것이 적절한 반응입니다. [보기]를 꼼꼼히 읽어서 그 내용을 머릿속으로 넣는 것이 아니라, 지문에서 적절한 사고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사고를 했다면, 그 사고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심'이 드는 것이 다음입니다. 그럼 그 '의심'을 확정 짓기 위해 [보기]를 다시 읽으면서 확정 짓는 것이 외통수입니다. 즉, [보기]를 꼼꼼히 읽는 것이 아닌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이 들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꼼꼼히 읽어도 처음 읽을 때 '혼자'라는 워딩이 절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거든요. 저렇게 의심을 띄워야만 그때 되어서야 '혼자'가 중요한 정보임이 인식되는 것입니다. 완전히 반대로 공부하게 되는 셈이죠. 그래서 이러한 학생들의 질문들을 보면 굉장히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고, 성적이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결국, 수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수험 생활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수험 생활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모두 담았고, 이 칼럼만 읽더라도 최소한의 방향성은 잡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큐브에 썼던 모든 칼럼의 내용을 관통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단순히 사실 관계를 푸는 것보다는 여러 이야기와 예시를 통해 공감이 된다면 더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장문이 되었습니다. 물론, 읽다가 너무 길어서 포기한다면 제 글 솜씨의 문제겠지만,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이 글을 읽고 깨달음을 얻어 수능 날 좋은 점수를 받으면 저는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작년에도 많은 좋은 수능 후기를 받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올해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노래를 추천합니다. [심규선/소로]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올해는 콘서트도 가서 많은 삶의 위로도 받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힘든 수험 생활의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멘트 내용 중 하나이고, 가사입니다. "우리 모두 한 번쯤, 여러 번 길을 잃기도 합니다. 서 있는 곳에서 헤맬 수도 있습니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모르고, 막다른 길을 만나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고 있기에 길을 잃기도 하는 것이죠.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길은 없습니다. 길이라는 것이 직선상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별로 없어요. 사람의 길도 마찬가지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길이란, 삶이란 그렇습니다. 역행하기도 하는 것. 우리의 삶은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걸어가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있습니다. 이 길이 맞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모든 길들은 다 이어져 있습니다.." 남들처럼 빠르게 달리진 못 해도 터벅터벅 걸어온 날들이 쌓였소 세월이 참 빠르다 빠르다 하더니 이토록 순간일 줄은 진정 몰랐소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묵묵히 그저 가시게 지름길과 복잡한 대로를 피해서 누군가가 밟아서 난 굽고 좁은 길 나도 뒤에 올 외로운 그 누구 위해서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겸허히 그렇게 세상의 명예는 독주라오 마시면 마실수록 취하고 휘청댈 뿐 고요히 숨어 솟는 샘물 찾아 조금은 목마른 듯이 그렇게 가시게 그대여 외로워마시오 모든 길들은 결국 다 이어져 있소 막다른 길 끊어진 길도 밟아가다 보면 먼 훗날 뒤돌아 볼 때 그대의 소로가 될 테니 남은 수험 생활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수험 생활은 좌절의 연속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열심히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의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죠. 저 역시 고1부터 재수 시절까지 3~4등급의 벽을 넘지 못하며 '수능은 지능이 낮은 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체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능이 요구하는 '본질'을 깨닫고 공부 방식을 바꾼 뒤, 43433에서 11311로 영어를 제외한 3문항을 틀릴 정도로 성적이 급상승했습니다. 이 칼럼은 저처럼 간절히 공부하지만 성적 앞에서 좌절하는 수험생들에게 제가 그 벽을 뚫고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자 합니다.1. 절대적인 시간은 충분하다
1등급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
(풀커리 156시간 + 기출 45시간 + 사설 모의고사 120시간 + 사설 주간지 80시간 = 491시간)2. 왜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가?
3. 수능에 맞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知彼)
독서: 비례/반비례 단순 암기가 아닌 '왜?'를 찾다
당시 1컷 88점, 오답률 78% 문항이었습니다. 기출을 풀어본 학생 중에 이 지문이나 문항을 어려워하는 학생은 거의 없고, 보기 문항도 아닌 단순 내용 일치 문항입니다. 그럼 당시 표본 수준이 매우 낮아서였을까요? 당시 표본은 전년도 수능에서 헤겔, 브레턴 지문을 본 세대입니다. 가장 독서를 열심히 고난도로 공부한 표본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비례/반비례 판단을 못해서 틀렸습니다.
수학: 사고의 필연성을 만들어라사고력을 기르는 두 번째 방법은 '고민' 입니다.
4. 자신의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知己)
한 발 한 발 더 보태어 다지듯 걸었소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