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에는 굉장히 큰 함정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은 곧, 내가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집중했다고 그 일이 잘 되지는 않는다.

반복해서 집중해야 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일관성’이라고 부른다.

나는 ‘끌리는 것’, ‘재밌는 것’이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일을 찾아 해맸다.

이 일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일을 찾고, 저 일을 하다가 어려움에 봉착하면 또 다른 일을 찾곤 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공허함이 채워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공허함을 이겨내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고뇌해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최근 들어 많은 책들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끌림’

이것은 시작의 느낌에 불과하다.

처음에 아무리 강렬하게 끌렸던 일도 반드시 권태와 고통의 시기가 온다.

그럴 때 이곳, 저곳 옮겨 다닌다면 성장은 하지 못한 채, 항상 같은 단계에 머물게 된다.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과 판단이 들었을 때 그 일을 반복해서 하는 능력은 모든 이에게 중요하다.

나는 청소년 시기에 특히 이 힘을 기르고 성년의 때를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그저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며 반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반복을 통해 온전히 자신의 기쁨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제 당신은 하고 싶지 않지만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일관성’이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애쓴다.

그 이유 중 하나인 ‘과거’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나는 이메일을 통해 학생들의 고민 상담을 받고 있다.

아래 내용은 얼마 전에 받았던 메일의 내용이다.

‘최선을 다해 공부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부모님은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기는커녕 성적표를 보며 화를 내셨다. 이 일은 내게 큰 상처가 되었고, 이 기억으로 인해 더 이상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기력하다.’

그에 관한 답이다.

도처에 불행이 있다.

불행은 발견되는 것이고, 행복은 주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고통과 불행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극복해보기 위해 발버둥 쳐보지 않은 사람도 없다.

그것을 결국 극복해내는 사람과 끝내 넘어지고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간의 차이를 알고 싶지만 쉽지 않다.

불행의 양과 질을 정의할 수 없으며, 그것을 견디는 인내력 또한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불행을 이겨내는 단 하나의 방법을 만들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당신이 당장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런 방법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불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있을까.

불행이 삶의 동기가 되어 보다 단단한 인간이, 보다 풍요로운 삶으로 향하는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가.

프로이트는 과거의 불행이 당신을 사슬처럼 옭아매어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아들러는 과거의 불행은 열등감이며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충분한 동기가 될 것이라 말할 것이다.

목사는 하나님께 기도를 하면 가능하다고 대답할 것이며, 군대의 교관들은 몸을 단련함으로써 이뤄낸다고 말할 것이다.

질문을 했던 학생은 프로이트의 말을 경청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이트의 생각에 따른다면, 영속적인 남 탓 이외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 됐건 나는 위의 경우들 모두 가능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불행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을 얻는가 함은 개인이 불행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학창시절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는 여러 가지 콤플렉스로 인해 대개 불행했고, 앞으로도 불행을 떨쳐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기력했던 나는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에 잠식되고 싶지도 않았다.

행복한 사람은 거만했고, 거만해서 재수 없었다.

그래서 불행에 잡아먹히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뇌했다.

피해의식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

피해의식은 괴물로 하여금 스스로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불행했으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연이 나의 책임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더 이상 그런 괴물로 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이번 여름방학 때 불행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했다.

불행은 설국열차의 악당들이 아니라 열차 밖에서 늘 내리고 있는 눈이다.

치명적이지만 언제나 함께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눈이 꼭 차갑다고 느끼지만은 않는다.

눈이 아무리 차갑게 느껴져도 가끔 한 번쯤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실패는 단지 실패로 끝나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헤어짐은 또 다른 인연이 넘쳐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더 이상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니체가 말했던 권태가 없는 삶, 스토어 학파가 주장했던 고통이 없는 삶을 합친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이 이것 하나만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라.’

인간은 신학과 철학, 문학과 역사를 배우며 점점 단단해지고, 여유가 생긴다.

고통과 권태에 의연해지며, 반복적인 일들을 일관성 있게 해나갈 수 있게 된다.

인문학을 공부하라.

언젠가 당신이 찾을 ‘하고 싶은 일’, ‘온전한 기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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