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비는 늘 불편함을 남기지만 동시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빛을 드러내 주기도 합니다.

인생의 고단함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주에 대학에서 첫 강의를 들었습니다.

낯선 강의실, 새로운 사람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 가득했지만 이상하게도 벌써 방학의 여유가 그리워지더군요...

지금 이 순간을 살면서도 다른 순간을 갈망하는 마음, 그것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늘 지나간 뒤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되고 충만은 손끝에서 흘러간 뒤에야 비로소 소중해집니다.

그러나 그 갈망과 결핍이야말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사랑이 끝내 완전히 소유되지 않기에 더 간절한 것처럼, 붙잡을 수 없기에 더 애틋한 것처럼요.

지난주 여러분은 9월 모의고사를 마주했습니다.

이 시험은 단순한 모의평가가 아니라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만드는 하나의 경계선과도 같습니다.

시험지를 앞에 두고 마주한 긴장과 불안,

성적 앞에서 우리는 자주 무너지고, 때로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맞이하는가입니다.

이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쓰러진 자리에서도 다시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50일의 기적’ 이라는 문구가 떠오릅니다.

흔히 사람들은 점수가 눈에 띄게 오르는 것을 기적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진정한 기적은 눈부신 변화가 아니라 반복된 좌절 속에서도 다시 책상 앞에 앉는 그 순간의 태도에 있지 않을까요?

매일의 고단한 발걸음이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듯 

기적은 화려하지 않은 일상의 조각 속에서 피어납니다.

사람을 향한 사랑이든, 꿈을 향한 사랑이든, 그것은 언제나 불완전합니다.

완전히 내 것이 될 수 없고, 때로는 아픔을 남기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집니다. 

온전히 쥘 수 없는 것을 끝까지 붙잡으려 애쓰는 과정, 그 모순 자체가 삶을 빛나게 합니다.

거의 매번 불완전함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만, 수험생활 역시 그러한 불완전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을 길게 바라보면 지금의 좌절은 언젠가 지나간 장면으로 남습니다. 

이별의 상처가 시간이 흘러 한 사람의 내면을 지탱하는 따뜻한 흔적이 되듯이 시험장에서의 떨림과 실수도 언젠가 자신을 빛내는 경험으로 남을 것입니다.

결국  매번 흔들리면서도, 그 흔들림을 통해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오늘처럼 비가 지나가면 햇살이 더 깊어지고 실패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젠가 빛이 깃듭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걸음은 어떤 모습이든 소중합니다.

오늘의 불완전한 순간이 모여 내일의 온전한 나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까요.

수험생 라디오, 류성준입니다.

선배님, 저는 이번 9월 모의고사를 잘 치르지 못해 걱정이 큽니다. 수능까지 남은 두 달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인데요,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유의미하게 쓸 수 있을지 선배님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체력 문제입니다. 9월 이후로 피로가 심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은 에너지드링크에 의존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선배님은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시며 공부를 이어가셨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9월 모의고사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학생들의 고민을 가지고 왔습니다.

시험을 잘 본 학생도 있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점수가 낮아 실망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제 주변의 동생이나 친구들을 보니 대부분 이번 9월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더라고요.

저 역시 한 문제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9월 모의고사에서 장학 증서를 받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습니다.

한동안은 공부에 손이 잡히지 않을 만큼 좌절했었죠.

물론 그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아쉬움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었고, 수능까지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9월 모의고사가 6월 모의고사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6월 모의고사가 앞으로의 학습 방향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 9월 모의고사는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고 마무리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6월 이전, 6월부터 9월까지, 그리고 9월 이후로 이어지는 세 번째 페이즈에 진입한 것입니다.

수능까지 남은 시간은 물리적으로 대략 67일 정도입니다.

지금 이 시기에는 무작정 모든 것을 다 하려 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입니다.

앞으로 매일 10시간씩 공부한다고 가정해도 총 공부 시간은 670시간 정도가 남습니다.

다섯 과목에 시간을 분배하면 한 과목당 약 130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셈이죠.

9월 모의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과목에 어떤 개념에 시간을 쏟을지 잘 계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9월 모의고사를 잘 보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좌절과 집중이 안 되는 시간은 잠깐이면 충분합니다.

그 감정들을 원동력으로 삼아 다시 책상에 앉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 될 겁니다.

뻔한 이야기,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 시간

'네가 빠르게 달리면,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달라집니다.

어떤 이는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이는 그 시간을 밀도있게 채워가며 더 많은 것을 이뤄냅니다.

저는 여러분이 후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남은 67일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해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면 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을 겁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여러분에게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9월 모의고사 이후 저의 경우를 돌아보면 사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남은 기간 동안 해야 할 것들을 묵묵히 해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름 방학 기간보다 이 시기가 더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으로 걱정을 곱씹을 틈도 없이 그저 주어진 하루를 채워가는 데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바로 '불안감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만 보내는 것'입니다.

9월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져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만 하다가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물론 9월 모의고사를 잘 본 학생들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의 성적이 수능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현상유지는 절대 보장되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고 나서 안도하며 잠시 긴장을 풀곤 합니다. 

'이 점수만 유지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빠지기 쉬운 것이죠.

하지만 어떤 일의 경향성도 예측할 수 없듯이 여러분의 성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순탄하게만 흘러갈 것 같던 삶도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흔들리곤 합니다. 

하물며 수능이라는 시험 앞에서, 한순간의 낙관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자신의 점수에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로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도움에 감사하고, 지금 시기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친절함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결국, 좋은 결과는 오직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의 학습은 '더 배우려는 자세'를 조금씩 놓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개념을 익히기보다는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얼마나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능 문제의 대부분은 새로운 지식을 요구하기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하는지를 묻습니다.

다시 말해, 더 알아야 풀리는 것들은 많이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수 없이 풀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성적은 앞으로의 노력을 위한 기회일 뿐입니다.

안일함에 빠지는 순간, 그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9월 점수로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이미 보장된 미래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시 공부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체력 관리, 에너지 드링크 대신...

지금부터는 체력 관리에도 정말 힘써야 할 때입니다. 

9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나면 많은 학생들이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저 역시 이 시기에 피로가 심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제 경험상 굳이 지금부터 수능 직전의 루틴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9월까지는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취침 시간을 조금 줄여 약점을 보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다만, 10월부터는 정말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마음에 공부 외의 모든 활동을 줄이려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저는 수능 직전까지도 매주 1~2시간씩 배드민턴을 치거나, 식사 후에는 체력 단련실에서 무산소 운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물론 남들보다 공부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지만 저는 잠시 몸을 움직여주는 그 시간이 답답했던 머릿속을 환기시켜주고 다시 책상에 앉을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잠은 최소 6시간씩은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와 공부가 아닌 것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마음만 여유롭게 가지자고 생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소소한 휴식이나 공부 이외의 취미를 꾸준히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식사 후에 꼭 친구들과 산책을 했고, 자기 전에는 일기장을 쓰며 머릿속을 비웠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 오히려 하루 전체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투자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1년 내내 한약과 비타민을 챙겨 먹으며 체력을 관리했는데, 상반기부터 꾸준히 먹다 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큰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영양제는 꼭 챙겨 드시길 바랍니다. 

건강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특히 기숙학원에 있는 학생이라면 이맘때쯤 독감 예방접종을 맞을 텐데 잘 판단해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아픈 적이 거의 없고, 감기도 잘 안 걸리는 편이라 예방접종을 맞고 하루 이틀 컨디션이 안 좋은 것보다 차라리 맞지 않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었네요. 

물론 수능 직전에 독감에 걸리면 큰일이니,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겁니다.

마무리하며, 남은 시간의 의미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의 탑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불안을 외면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보는건 어떨까요?

어떤 상황에 처하든 '때문에'라며 멈춰 서는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선택하겠습니다.

'때문에' 라는 말은 종종 좌절과 후회를 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에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와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선택은 결과적으로 삶의 방향을 전혀 다른 곳으로 이끌어갑니다.

남은 시간,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으신가요? 

좌절과 탓으로 점철된 이야기가 아닌, 역경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가장 큰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에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수험 생활 마지막 여정이 힘든 순간들로 가득하더라도

그때마다 다시 일어설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번에는 더 좋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방송 어떠셨나요? 

9월 모의고사를 보고 난 뒤, 걱정과 불안함이 컸을 여러분들을 위해 가볍게 고민을 나누어보았는데요. 

오늘 하루, 여러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시험 결과에 낙담하여 한동안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던 분들은 오늘부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번 주 라디오에서는 대학 생활을 다루려 했지만

9월 모의고사 고민 상담에 분량이 길어져서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칼럼 여러개 올리는것보다 매일 하나씩 올리는게 더 좋지 않나요? :)

수능 이후 지금까지의 일상과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9월 9일 화요일

그리고 지난 수학 정리집 해설과 9월 모의고사 해설 칼럼은 9월 10일 수요일에 꼭 업로드할게요! 

(사실 어제,어저께 준비했어야 했는데 지난주 잠을 못자서 그런지 이틀 연속으로 10시에 자버렸어요..

,안지키면 바보)

오늘 방송이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와 함께 쉬어가는 시간이었다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도 파이팅!~

+

예전 칼럼에 등장한 적이 있었던... 기숙학원 자습관 옆자리 친구가 수능이 끝나고 보내준 문자에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자기 자신을 챙기기에도 벅찬 하루하루가 이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