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 반도체 산업 탐구 칼럼에 이어서 9월 칼럼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대해서 한 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3학년도 대입까지는 대부분 대학교들이 학종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했지만, 2024학년도 대입 자소서 전면 폐지의 영향으로 4년제 대학교에서는 자소서가 없어지면서 현재는 과학기술원만이 입학 시 자소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번 학종 칼럼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과학기술원은 수시 카드 6장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공계열 지망 학생들에게는 큰 압박감 없이 쓸 수 있어, 비교적 학종 전형의 경쟁률이 다른 대학교 학종 전형에 비해서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과학고, 영재고가 주로 지원한다는 편견과 달리 일반고 학생들도 수학, 과학 과목에 강점을 보이거나, 과기원에 적합한 인재인 경우, 비교적 내신이 낮더라도 합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공계 지망 수험생분들은 수시 지원 시 과기원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러면 과기원 자소서의 질문은 무엇이 나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자소서 분량이 많은 카이스트를 제외한 UNIST, DGIST, GIST의 자소서 문항을 제가 아래에 정리해보았는데요.

UNIST 자소서 질문(UNIST 2026 대입 모집요강 참조)

1. UNIST에 지원한 동기와 고등학교 동안 들였던 노력, 기타 특별한 경험 등에 대해서 활동 중심으로 상세히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2. UNIST 입학 후 학업계획과 학부과정 졸업 후 진로계획에 대해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DGIST 자소서 질문(DGIST 2026 대입 모집요강 참조)

1.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본인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2. DGIST에서 어떻게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갈 것인지 자유롭게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GIST 자소서 질문(GIST 2026 대입 모집요강 참조)

1.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본인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2. 고등학교 재학 기관 중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3. GIST에서 이루고 싶은 본인의 학업 및 진로 목표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하여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세 학교 모두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자신의 성취를 진로나, 동기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과기원에 진학해서 향후 자신의 진로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 학교는 자소서 문항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보통 하나의 과기원 자소서를 완성한 후 다른 과기원은 비슷하게 내용을 구성하는 식으로 자소서 작성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서 GIST의 경우는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을 추가로 물어보고 있으므로, GIST를 지원하시는 분들이라면 GIST를 중심으로 잡고 쓰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그러면 과기원 자소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3개 과기원의 첫 번째 공통 질문인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자신의 성취를 진로나, 동기와 연관지어 설명하시오’에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 특정 일화를 구체화해서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자신이 이 진로를 선택했고,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자신이 파악한 문제와, 고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 1~3학년에 걸쳐서 자신이 그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떤 탐구 활동을 했는지 드러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제 UNIST, DGIST 자소서 중 일부를 가져와서 설명드리자면,

 저는 진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작성하며 공동체 의식이 높았던 과거 한국의 주거 문화와 달리, 빈번하게 발생하는 아파트 입주민 간 폭력 사건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서와 뉴스 조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이 폐쇄적인 주거 환경에 따른 개인주의의 강화와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에 있음을 파악하였고,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도입하여 도시민들 간의 유대감과 교류를 확대한 당근마켓 등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STP Design Thinking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과 함께 배달비 더치페이 앱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러한 지역 커뮤니티 앱 성공 사례들의 공통적인 성공 키워드가 ‘활발한 소통’임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이 네트워크 방식을 아파트로 확장하기 위해 한옥의 중정을 활용해 입주민들 간의 접촉 기회를 늘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이러한 탐구를 기반으로, 덴마크의 달팽이 집과 한옥의 중정을 결합해 중앙에 녹지 공간을 배치하고 원형 계단식으로 쌓은 모듈러 주택이 감싸는 구조로 농촌 공동주택단지의 구조도를 설계했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현대 사회에서의 병폐’ 문제를 공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해결한다. 즉 공간과 건축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주의 강화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나타나며, 배달비 더치페이 앱 개발, 도서 탐독 등을 통해서 문제 해결 과정이 자세히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기존 한옥의 구조 중 ‘중정’이라는 방식을 활용해서 실제로 공동주택단지를 설계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 개념 혹은 자신이 했던 다양한 탐구 활동들이 ‘자신이 고찰한 문제, 자신이 던진 질문’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것이 좋습니다.

즉 교과서에 적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고등학교 내내 들었던 의문점들,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 중 하나를 고르고, 1~3학년 때 순차적으로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서 했던 탐구들, 독서 활동, 노력들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는 3개 과기원의 두 번째 공통 질문인 ‘향후 자신의 진로 계획’을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향후 자신의 진로 계획을 쓸 때는, 해당 과기원의 홈페이지에 방문하셔서,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과는 어디인지, 자신이 고등학교 때 했던 탐구 활동을 연결 지을 수 있는 연구실이 존재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과기원은 계약학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학년 무전공으로 입학해서 2학년 때 과를 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학 및 공학의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향후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언급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 UNIST 자소서 중 일부를 가져와서 설명드리자면,

  에너지 인프라 시스템 연구는 지반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환경과 경제적 관점을 모두 포괄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필요로 합니다. 저는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학부 과정에서 지반공학개론과 지반구조물 설계 과목을 수강하며 구조역학 및 지반공학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2학년부터는 에너지 인프라 시스템 트랙에 참여하여 기존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울산 분지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블레이드리스 풍력발전과 같이 지역별 에너지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졸업 후에는 기후 위기에 맞서 한국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공급망 단계에서부터 재고하고, 도시와 농촌 간의 에너지 격차를 해소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시스템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보시다시피, 직접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 UNIST가 위치한 울산 분지의 지형적 특성, UNIST의 도시환경공학과에 설치되어 있는 에너지 인프라 시스템 트랙 등을 언급하면서, 확실하게 자기가 해당 과기원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와, 해당 과기원에서 제공하는 트랙이나, 각종 과목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첫 번째 공통 문항과 겹치지 않도록 자신의 관심 분야 내에 있는 다른 탐구 주제를 가져와서 연구와 관련 짓는 것 또한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건축 계열의 다양한 탐구 주제들 중 ‘건축 설계’ 분야를 아까 보셨던 첫 번째 문항에 배치했으며, ‘에너지 인프라’ 분야를 두 번째 문항에 배치했었습니다. 이렇게 2~3개 정도 큰 줄기로 묶어서 탐구 주제를 자소서에 제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재작년 겨울 즈음 DGIST 측에서 감사하게도 최초합 대상자들을 학교로 초대해 주셔서 DGIST를 방문할 흔치 않은 기회가 생겼었고, UNIST 또한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연구 시설이나, 기숙사, 학교 내부, 도서관 등등 정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설이 굉장히 깔끔하고 좋았고, 학교 투어를 진행해 주신 과기원 재학생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재학생 만족도도 굉장히 높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석박사 연계나, 각종 연구, 논문 등 실적에 있어서 장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고, 제가 재학생이 아니라서 정확하진 않지만, 전액 장학금에다가 달마다 용돈까지 주는 등 정말 재학생분들을 잘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라도 이공계열 희망하시는 고3분들뿐만 아니라 고1, 고2 학생분들은 과기원도 대입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있을 9월 모의평가에서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 거두시길 기원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