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칼럼에서 예고했던 대로 EBS에서 연계될 것 같은 작품을 선별해서 왔습니다.
단순히 나올 것 같은 작품만 제시하는 것이 아닌, 제가 분석한 평가원의 연계 출제 기준을 말씀드리며 그 작품을 선별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이 글을 고1·고2 학생이 읽고 있다면 앞으로 여러분이 평가원 시험에서 볼 작품은 이런 주제와 특징으로 출제된다는 것을 눈여겨보세요.
모의평가와 달리 수능에서는 고전 시가 1편, 고전 소설 1편, 현대시 1편이 규칙적으로 EBS에서 연계되었고 저도 그 안에서만 작품을 선별했습니다.
왜 현대 소설은 수능에서 연계가 안 될까? 라고 생각하면 단순합니다.
고전 소설은 연계하든 안 하든 주제가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고 인물 관계와 어휘가 복잡하기에, 연계 출제하여 독해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현대 소설은 주제 의식 파악이 핵심이기 때문에, 연계 출제하면 지문 난이도가 너무 쉬워집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우려를 말씀드리면, 제가 고른 작품 수가 13개인데요.
이 안에서 모두 연계 출제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흐름과 다르게 뜬금없이 출제하는 작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6학년도 수능에서 아무도 수궁가가 나올 거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수능 직전에 제가 선별한 작품을 다시 공부하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평가원이 이런 식으로 연계 출제한다’는 기준을 적었으니,
칼럼을 읽으며 스스로 연계 출제될 작품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평가원의 EBS 연계 기준
1) EBS 연계 채택 기준 (어떤 작품을 골라내는가?)
1. 선명한 이항 대립 구조 보유
평가원은 5지선다 문항의 정오를 논란 없이 구성하기 위해, 공간·시어·인물 간의 대립 구조가 뚜렷한 작품을 자주 채택합니다.
(ex: 세속 ↔ 자연, 가혹한 수탈 ↔ 백성의 고통, 시련·어둠 ↔ 헌신·생명력)
2. 비연계 작품 및 <보기>와의 유기적 결합성
현대시와 고전 시가는 단독 출제보다 비연계 시나 수필과 결합하여 한 세트를 이룹니다.
따라서 EBS 연계 작품의 주제의식이 보편적이어야 평가원이 준비한 낯선 지문과 하나의 <보기> 관점으로 묶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교하게 물을 수 있습니다.
3. 보편적인 주제 사용
2번과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각 갈래별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주제 틀이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 최근 5개년 동안 연계된 현대시를 보면 ‘극복 의지’를 좋아합니다.
주제가 이별이라도 그 고통을 인내하는 극복 의지가 있는 작품을 연계합니다.
2) EBS 연계 배제 기준 (어떤 작품을 거르는가?)
1. 동일 작가 2년 연속 출제 배제 및 최근 기출 중복 회피
작년 수능에 출제된 작가(예: 2026 수능 「감나무 그늘 아래」의 고재종)나 최근 5년 이내 평가원 기출로 다뤄진 작품은 교재에 재수록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납니다.
2. 서사적 굴곡이 없는 문답·논설형 산문 배제
대화와 사건 전개가 별로 없고 일방적인 사상 토론으로 이루어진 작품(예: 「포천이문」)은 출제 요소가 없어서 나오기 어렵습니다.
3. 당해 6월·9월 모의평가에서 소비된 작품 및 주제 배제
가장 중요한 배제 기준입니다.
수능은 한 해 출제 사이클(6평 → 9평 → 본수능)의 종착지입니다.
당해 6평과 9평에서 이미 연계된 작품은 물론 ‘동일 주제’도 본수능 리스트에서 배제됩니다.
아래 정리표를 보면 고전 시가의 메이저 주제인 자연친화, 현대시의 메이저 주제인 생명력, 극복을 제외하고는 당해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주제가 수능에 또 나오지 않습니다.
최근 6개년(2022~2027학년도) 수능 및 모의평가 연계 작품과 주제
2022학년도 6평
고전 시가: 율리유곡 (김광욱) - 강호한정
고전 소설: 채봉감별곡 (작자 미상) - 주체적 애정 성취
현대시: 대장간의 유혹 (김광규) - 현대 문명 비판
2022학년도 9평
고전 시가: 규원가 (허난설헌) - 여인의 한
고전 소설: 배비장전 (작자 미상) - 위선적 권력층에 대한 판소리계 풍자
현대시: 연계 출제X
2022학년도 수능
고전 시가: 탄궁가 (정훈) - 궁핍한 삶과 안빈낙도 갈등
고전 소설: 박태보전 (작자 미상) - 충절
현대시: 초가 (이육사) - 상실감 극복과 저항 의지
2023학년도 6평
고전 시가: 자도사 (조우인) - 소외된 신하의 연군지정
고전 소설: 소현성록 (작자 미상) - 가문 내 갈등
현대시: 향아 (신동엽) - 순수한 공동체적 생명력 회복
2023학년도 9평
고전 시가: 어부단가 (이현보) - 자연 친화
고전 소설: 정수정전 (작자 미상) - 여성 영웅
현대시: 길 (신경림) - 삶의 길 모색과 성찰
2023학년도 수능
고전 시가: 도산십이곡 (이황) - 자연 친화와 학문 수양
고전 소설: 최척전 (조위한) - 가족 이산과 재회
현대시: 음지의 꽃 (나희덕) - 소외된 존재의 생명력
2024학년도 6평
고전 시가: 한거십팔곡 (권호문) - 강호한정
고전 소설: 상사동기 (작자 미상) - 애정 성취
현대시: 맹세 (조지훈) - 고통을 견디는 생명 의지
2024학년도 9평
고전 시가: 성산별곡 (정철) - 자연 풍류와 은거 예찬
고전 소설: 연계 출제X
현대시: 월훈 (박용래) - 산골 마을의 고독과 그리움
2024학년도 수능
고전 시가: 일동장유가 (김인겸) - 사행 견문과 타문화 인식
고전 소설: 김원전 (작자 미상) - 초월적 적대자 퇴치(영웅)
현대시: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 극복과 연대 의지
2025학년도 6평
고전 시가: 우부가 (작자 미상) - 세태 풍자
고전 소설: 이대봉전 (작자 미상) - 남녀 영웅의 군담 활약
현대시: 청산행 (이기철) - 이상향 지향
2025학년도 9평
고전 시가: 호아곡 (조존성) - 강호한정
고전 소설: 연계 출제X
현대시: 북방에서-정현웅에게 (백석) - 유랑 속 성찰
2025학년도 수능
고전 시가: 갑민가 (작자 미상) - 군역 수탈과 유민의 비애
고전 소설: 정을선전 (작자 미상) - 가문 내 갈등
현대시: 배를 밀며 (장석남) - 이별의 수용과 성찰
2026학년도 6평
고전 시가: 동유가 (홍정유) - 금강산 기행 여정
고전 소설: 김진옥전 (작자 미상) - 가족 이산과 영웅의 고난 극복
현대시: 역사 (신석정) - 생명력과 역사의 흐름 성찰
2026학년도 9평
고전 시가: 화전가 (작자 미상) - 여성들의 봄날 유흥과 연대
공명을 헤아리니~ (작자 미상) - 세속적 공명 비판
고전 소설: 이화전 (작자 미상) - 비범한 능력의 위기 극복
현대시: 경사 (박목월) - 비탈길 속 생명의 긍정
2026학년도 수능
고전 시가: 북새곡 (구강) - 가렴주구 비판과 애민 의식
고전 소설: 수궁가 (작자 미상) - 지배층 풍자
현대시: 감나무 그늘 아래 (고재종) - 이별과 내적 성숙
2027학년도 6평
고전 시가: 만전춘별사 (작자 미상), 임으란 회양 금성~ (이정보) -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
고전 소설: 연계 출제X
현대시: 그 나무 (김명인) - 척박한 환경 속 생의 의지
2027학년도 9평
고전 시가: 속사미인곡 (이진유) - 유배지의 연군지정
고전 소설: 금환기봉 (작자 미상) - 여성 영웅의 활약
현대시: 잘 익은 사과 (김혜순) - 사물의 성숙과 생명력 통찰
2027 수능 갈래별 출제 분석
1) 고전 시가
최근 3년간 수능에서 기행 가사와 현실 비판 가사가 집중 출제되었습니다.
또한 올해 6평(연정)과 9평(유배)에서 해당 주제가 소진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수능은 올타임 메이저인 '자연친화'로 회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기행이나 현실 비판이 다시 나온다면, 기존 사대부 중심의 클리셰를 탈피한 '여성 화자의 기행 가사'나 '피지배층 시선에서의 지배층 풍자'를 다룬 낯선 텍스트가 유력합니다.
2) 고전 소설
영웅 소설은 모의평가에서 집중 소진되는 경향이 강하며,
(ex: 25 6평 이대봉전, 26 6평 김진옥전, 26 9평 이화전, 27 9평 금환기봉)
작년 수능에는 판소리계 우화인 「수궁가」가 출제되었습니다.
판소리 우화의 2년 연속 출제 가능성은 낮습니다.
9평에서 여성 영웅물이 사용되었으므로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 '가문 내 갈등', ‘가족 이산과 재회 서사’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27학년도 9평 금환기봉은 여성 영웅이라는 특수한 주제이므로, 최근 수능에서 뜸했던 ‘전란 속 고난과 가족 이산을 다룬 영웅 소설’이 다시 나올 수도 있습니다.
3) 현대시
2년 연속 수능에서 '이별과 사랑·그리움(배를 밀며, 감나무 그늘 아래)'이 출제되었고, 6·9평에서 나무와 열매 소재가 다뤄졌으므로 이와 같은 주제는 피로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는 메이저 주제인 ‘소외된 약자’나 ‘생명력과 연대’, ‘극복 의지’를 다룬 작품이 출제되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갈래별 연계 작품 예측
1) 고전 시가
권섭, 「황강구곡가」 (수완) - 황강을 배 타고 유람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노년의 자족감을 노래한 연시조.
채택 이유: 구곡을 따라 이동하는 문답식 공간 구조가 명확하며, 각 공간의 빼어난 자연미와 노년의 자족감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신교, 「백석정별곡」 (수특) - 세속의 부귀공명을 멀리하고 백석정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하는 은일 가사.
채택 이유:「상춘곡」이나「면앙정가」와 달리 생소한 작품이어서 독해 변별력이 있습니다. 강호 가사의 대립 구도(홍진 ↔ 백석정)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낯선 작품인 점이 채택 이유입니다.
정훈, 「월곡답가」 (수특) - 변덕스러운 세속과 거리를 두고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하겠다는 뜻을 다진 연시조.
채택 이유: 마찬가지로 '변덕스러운 세상 인심 ↔ 자연 속 화자의 은거와 지조'의 대립 구도가 뚜렷합니다.
연안 이씨, 「부여노정기」 (수완) - 아들의 부임 행차에 동행하며 이동 여정, 감회를 노래한 여성 기행 가사.
채택 이유: 사대부 중심의 사행·유배 가사와 차별화되는 여성 화자의 시선이 등장합니다. 역사 회고가 결합되어 기존에 출제된 기행 가사의 틀에서 벗어나는 작품입니다.
작자 미상, 「합강정가」 (수특) - 호화로운 감사 잔치와 세금 수탈을 반어적 표현으로 고발
채택 이유: 현실 비판 가사가 3년 연속 출제될 경우 1순위 작품입니다.
2) 고전 소설
작자 미상, 「서해무릉기」 (수특) - 여승으로 변장해 도적 소굴인 '서해무릉'에 잠입하여 아내를 구출해 탈출하는 서사.
채택 이유: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 모티프를 변용했으나, 전형적 무력 영웅이 아닌 낯선 구출 서사여서 출제하기 매력적입니다.
작자 미상, 「현몽쌍룡기」 (수특) - 형제의 활약과 가문 내 갈등을 다룬 대하 가문 소설
채택 이유: 정채임의 정체를 알고도 수치심을 배려해 짐짓 모르는 척 대하는 '인물 간 정보 격차와 심리'가 정교하여 인물 관계 파악 문항으로 출제되기 좋습니다.
작자 미상, 「반씨전」 (수특) - 악인 일당(동서들)이 모함하여 위윤이 유배되고 위기를 겪는 가문 소설
채택 이유: 동서 간 갈등과 정치 권력 암투가 얽혀 인물 관계의 복잡성이 존재하고 정통 가문 소설이어서 출제 후보입니다.
작자 미상, 「장풍운전」 (수완) - 전란으로 인한 가족 이산과 재회
채택 이유: 여성 영웅이나 우화 소설을 피해 전란 속 이산 서사나 가문 내 갈등 소설이 출제된다면 이 작품입니다.
3) 현대시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수특) - 부재 뒤에 찾아오는 순환의 섭리
채택 이유: 소멸과 부재를 새로운 생성의 여백으로 바라보는 역설적 성찰로, 복합 지문에서 낯선 작품과 엮어 <보기>를 출제하기 좋습니다.
복효근, 「버팀목에 대하여」 (수특) - 타인을 위한 버팀목이 되기를 소망하는 시
채택 이유: '자연물 유추를 통한 타자와의 연대 및 헌신'이라는 평가원 최선호 윤리적 주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송수권, 「며느리밥풀꽃」 (수특) - 소박하고 여린 풀꽃을 통해 소외된 존재의 한과 애틋한 생명력을 노래한 시
채택 이유: '소외된 약자에 대한 연민과 생명력'이라는 메이저 주제에 딱 부합합니다.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수특) - 절망을 견뎌내는 실존적 태도
채택 이유: 최근 나무·열매 소재가 연달아 출제되었다는 소재적 변수가 있지만 선명한 대립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선별 작품
고전 시가: 「황강구곡가」 (수완)
「백석정별곡」 (수특)
「월곡답가」 (수특)
「부여노정기」 (수완)
「합강정가」 (수특)
고전 소설: 「서해무릉기」 (수특)
「현몽쌍룡기」 (수특)
「반씨전」 (수특)
「장풍운전」 (수완)
현대시: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수특)
「버팀목에 대하여」 (수특)
「며느리밥풀꽃」 (수특)
「그 여름의 끝」 (수특)
#추신
저도 오늘부터 쓰레기 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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