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약 2주만에 찾아온 목표달성장학생 21기 치의학과 유준헌입니다. 지난번 칼럼을 썼을 당시에는 이제 막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날씨는 아직 풀리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요동치던 지난 주말을 지나고 나니, 우리가 알고 있던 봄의 기운이 조심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절이 옷을 갈아입듯, 저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칼럼에 달린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앞으로 제가 이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을지 오래도록 고민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기부여’, ‘멘탈 관리’, ‘노력’이라는 키워드가 여러 번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 저 역시 첫 대학 중간고사를 앞두고 고등학교 시절을 자주 떠올리던 시기였기에, 그 시절의 저를 다시 마주하며 글을 써 내려가 보고자 합니다.

수험생 여러분과 함께하는 저의 입시 이야기, 두 번째 REPLAY

『평범함의 발자국 : 비범함을 향해 걸어간 시간』의 막을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저는 중학교 석차 백분위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던 비평준화 일반고에 진학했습니다. 각 지역의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학교였고, 자연스레 학업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저는 입학 전부터 언젠가 한 번쯤은 벽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첫 시험이었던 3월 모의고사에서, 저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결과지를 받아든 순간 느꼈던 것은 점수 자체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 그동안 품어왔던 자기 확신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낯설고 불편한 감정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오기까지 저는 줄곧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고, 그에 따라 나름의 확신과 자부심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무대 앞에서 처음으로 느낀 패배감은 단순히 성적이 낮아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이 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가?' 그리고 곧 한 가지 다짐을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가장 잘하는 학생은 되지 못하더라도, 가장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되자.'

공부에 있어 ‘노력’이라는 단어는 때때로 불완전한 가치로 여겨지곤 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면 어떡하냐', '재능이 없으면 의미 없다'는 말들은 이미 익숙하게 들리는 구절이었지만, 그 시절의 저는 노력의 가치를 의심하기보다는, 일단 해보지 않고 가능성을 단정짓는 것이 더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노력의 가능성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그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자고. 마음을 다잡고 매일을 살아내자는 다짐은, 하나의 습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3년 내내 가장 먼저 교실에 나가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학생이 되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론 매일 그런 삶을 완벽하게 살아내진 못했지만, 그 다짐 하나만큼은 쉽게 놓지 않았습니다. 일요일 오전의 선택 자습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애썼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채워내기 위해 애쓰는 자세, 그것이 저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력의 결과는 언제나 정직하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분량의 공부를 하더라도, 저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같은 결과를 얻는 것조차 벅찼던 날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차갑게 되물었습니다. '그래서, 노력이라도 안 하면 어떡할 건데?'

이 문장은 누군가에게는 너무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삶을 붙드는 말이었습니다. 이건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조언이 아니라, 오직 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다짐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결심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2학년 1학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았을 때 저는 다시금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전보다 부드럽고 조금은 덜 단단했습니다.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의 고통은 그 기회를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다.' 어쩌면 아직 인생을 많이 살아보지 않은 학생이 내리기엔 무거운 말이었지만, 그 시기의 저에겐 가장 진심 어린 위로이자 확신이었습니다.

그렇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품고 3년을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2학년 말, 마침내 저는 ‘가장 열심히 하는 학생’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여전히 저는 저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있었고, 그런 저를 본 친구들은 종종 묻곤 했습니다. '넌 1등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저는 그때마다 웃으며, 그러나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열심히 해서 1등이 된 거니까.'

저는 지금도 그 생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의 태도는 분명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1등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그 발자국 하나하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길을 걸으며 다져진 마음을 지금도 소중하게 껴안고 있습니다.

결국, 비범함은 특별한 재능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흔들리는 날에도 나 자신에게 묻고, 다시 걸어가기로 선택한 평범한 하루들의 축적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수험생 여러분께서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의 나를 믿고,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그 평범한 발자국들이 자신만의 비범함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제가 걸어온 이 길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용기의 씨앗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칼럼은 저에게 참 소중한 REPLAY일 것입니다. 

저는 이 글 속에서 여러 번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고민과 답을 통해 지금의 저를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잠시 시간을 내어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을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지금 왜 이 길을 걷고 있을까?' '나는 어떤 모습의 나를 꿈꾸고 있는가?' '오늘의 나는 그 꿈을 향해, 어떤 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곧 여러분만의 방향이자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저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나아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의 울림이 문득 마음을 두드리는 날이 온다면, 그때 저는 다시, 조용히 이 자리를 찾아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다짐을 떠올리듯,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 시작점 어딘가에 이 칼럼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중간고사, team hanil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