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역

2023년 11월 17일 수능날, 수능을 대차게 망하고 와서 채점한 저는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와중(정확히 기억나네요 마라탕을 먹고 있었습니다) 폭탄 선언을 합니다

'저 재수할게요.'

부모님은 어이가 없는 듯 저를 보셨습니다. 수능 당일날 그런 이야기를 한 것도 문제였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제가 그 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부모님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만약 실패해도 끝까지 해낸 경험은, 재수,n수를 하게 될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재수를 시작할 때 다른 재수생들과 똑같은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역 때 열심히 한 친구들과 지식이든 경험이든 모든 방면에서 차이가 나 후회한 기억이 있습니다. 

애초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없죠. 두렵더라도 용기를 내어 정면으로 부딪혀 후회를 남기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미리 포기할 생각 하지말자!

그리고 재수에 대해서 부모님과 의논을 했습니다. 저는 꼭 열심히해서 sky를 가겠다고 말을 했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 절대 못가 sky.' 저희 아버지께서는 평소 저를 격려해주시고 절대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기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말을 듣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지금의 나라면 sky는 절대 갈 수 없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바뀌어서 새로운 내가 되어야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나 스스로를 바꿀 정도의 의지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환경이 바뀌어야겠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그에 따라 바뀌니까.... 그렇게 기숙학원 입소를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였습니다

이건 재수, 재도전을 하는 분들께 조언해드리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재수할때 이전과 생활이 똑같다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바뀐다는 생각으로 입시에 임하셔야 다른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팁으로, 그나마 바뀌기 쉬운 것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저처럼 스스로의 의지력에 확신이 없다면 종합 학원을 다니거나 기숙 학원에 입소하는 등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바뀌어라!

기숙 재수 학원에 들어가다

그렇게 저는 원서를 단 한 장도 쓰지 않은채(낭만파) 12월 중순, 조기 선발반으로 기숙 학원에 입소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한 재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자, 현타가 왔습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독학 기숙 학원에 있었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난 것도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본 것이 오르새 선생님의 캐스트입니다. what, how, why중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인 why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실제로 내가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지 않으면, 힘들때마다 더 쉽게 흔들리고 방황하게 되어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why가 조금 고민한다고 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힘들때마다 다시 상기하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의 why가 무엇이었는지는 다음 이야기인 입학식과 함께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왜 공부하는지를 생각해보자!

그 외에도 저는 재수를 하며 플래너와 함께 거의 매일매일 일기를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스스로 생긴 거의 모든 고민과 생각들을 항상 들고 다니던 수첩에 받아 적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바라보고, 잡생각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는 결국 혼자만의 싸움이고 외로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괴롭게 여길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훌륭한 자산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자! 

졸업식에 참석하다

기숙학원에 입소하고 얼마 후 학교 졸업식에 참가했습니다. 졸업식에 참가하자 저와 비교되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성적, 대학이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제가 그 친구들을 보고 너무 부러웠던 것은 미련 없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도 저도 못한 채 후회되는 한 해를 보낸 저로서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큰 충격을 받고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사진이고 외식이고 뭐고, 다시 기숙학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제가 왜 재수라는 큰 결심을 할 수 있었는지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포기하고 도피만 하느라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스스로가 너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저의 why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완주만 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기로 힘든 1년 동안의 기숙학원 생활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고1,2때 더 열심히 할' '현역때 열심히 할껄' 등등

누구나 후회되고 한심하게 느껴지는 지난 시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이유로 스스로를 부정하며 괴로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그 경험을 자산으로 삼으세요! 그러면 저에게 그랬듯, 후회되는 과거는 여러분께도 강력한 동기이자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후회되는 과거가 있다면 동기로 삼자!

이렇게 우여곡절이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두려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니 좋은 결과로 보답받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든 확신이 없습니다 시작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 불확실함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용기내어 노력을 계속하시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불확실함을 받아들이자!

저도 지금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만, 시작은 누구나 그런 것이니까요 :) 멘토와 멘티로서 둘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고민과 어려운 점들이 있다면 앞으로 저의 글에 편하게 댓글 달아주세요!  

지금 중간고사 기간이라 당분간은 조금 뜸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드리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딱! 이 시기 그린 낙서와,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진 연대 과잠 입은 사진(앞에 있는 건물은 송도의 언더우드도서관입니다)을 첨부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다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