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제대학교 의학과 1학년 허준영입니다. 학기 중에는 바빠서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방학이라(3주남음ㅠㅠ) 짬이 조금 나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제가 쓸 글의 주제는 저의 수험생활 2년입니다. 저는 원래 수시러였다가 재수를 하면서 정시파이터로 전직하게 되었고, 또 처음부터 잘한 것이 아닌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온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재수 생활 중간중간에도 위기가 많았지만 극복하고 수능에서 인생 최고 점수를 받아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저의 수험 생활 경험이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방의 시골 일반고를 나왔습니다. 학원을 다니려면 1시간정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기에 다니지 못했고, 완전 노베는 아니지만 거의 노베에 가까웠습니다. 내신 적당히 받고 수시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던 중 첫 평가원 모의고사인 6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성적표를 보고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제가 원하는 대학을 가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제대로 공부하기로 결심한 후 인강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강 선생님들의 수업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인강의 늪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때의 저는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강을 듣기만 하면 다 이해되는 것 같고 머릿속에 정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예습 복습도 하지 않고 진도만 쭉쭉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죠. 더 큰 문제는 9모때 나타나게 됩니다.


  9모를 너무 잘 봐버렸습니다. 찍은 것들이 전부 다 맞아버렸고 내가 아는 문제들만 나왔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 시험을 보다 보면 유난히 잘 치는 시험이 있잖아요? 저에겐 고3 9모가 그랬습니다. 그렇게 공부 방법에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아 내가 지금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수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수능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국어가 강점이었기 때문에 국어는 잘봤지만 나머지 과목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도 제 기억으로 90점으로 턱걸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저는 어차피 나는 수시로 갈거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사실 고3 수시 추합 마지막날까지만 해도 제가 수시로 대학을 갈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수시 원서들이 전부 우주상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재수학원 담임선생님과 수시 상담을 할 때였습니다. 원서 쓸 때만 하더라도 이정도면 하나쯤은 붙겠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원서를 썼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각 학교에 벽돌 하나씩을 기부하고 저는 정시 원서를 쓰게 됩니다. 성적에 맞춰 정시 원서를 쓰려고 하다 보니 수시 우주상향으로 높아진 눈을 만족시키지 못하였고 저는 재수를 하게 됩니다.
  저희 집 사정 상 재수를 한다는 것이 집안에 있어서 엄청난 투자였기 때문에 그 투자가 낭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재수 시작 전 작년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년에 실패한 이유로는 첫째, 전자기기 학습 외 사용. 둘째, 올바르지 않은 인강 활용. 셋째, 기출을 하나도 보지 않은 것. 이렇게 세가지였고, 이것들을 해결하기 적합한 곳이 기숙학원이라고 생각하여 러셀기숙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후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공해야 하는 이유로는 첫째, 부모님께 떳떳한 아들이 되기 위해. 둘째, 본인의 수학적 재능이 부족하므로 메디컬을 가야 높은 자리에 갈 수 있다. 셋째, 날 무시했던 학교 선생님께 복수. 이 세가지였습니다. 저는 이 세가지를 플래너 맨 앞장에 적어놓고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보면서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지금쯤이면 솔직히 공부하기 싫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데에 동기부여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생각합니다. ‘그냥 해야 하니까’ 공부를 하는 것 보다는 휴식을 하면서 내가 왜 성공해야 하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재수 생활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고자 하는 좌우명으로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를 정했습니다. 저는 저만의 학습 루틴을 만들고 매일 실천했으며, 학습 외 전자기기 사용(기숙에서도 뚫을 방법은 많죠 ㅋㅋ)이나 휴식 시간 외 휴식 등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과 타협하는 순간 끝이 없어지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재수가 끝날 때까지 저 자신과 타협하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친 6모는 그때까지 본 시험 중 가장 잘 보게 되며 노력의 결실을 이루는 듯 했습니다. 물1에서 지1으로 바꾼 것을 감안하면 그 상황에서 제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다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9모 즈음에 코로나가 심각해지게 되고, 9모 2주 전 기숙학원에서 교육청에 의해 강제 방학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저도 사람이다 보니 기숙학원에서 하던 모든 루틴을 집에서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공부에 집중도 잘 되지 않았구요. 그렇게 9모 3일 전에 다시 기숙학원에 들어와 9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네.. 수학에서 제 목표보다 훨씬 아래인 성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집에 있는 기간동안 학습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반이 탄탄했던 과목들은 꽤 방어를 했으나 저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수학과목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죠. 이때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라는 생각으로 우울감에 빠져 1주정도 슬럼프가 왔습니다. 엉덩이는 붙어있고 펜은 움직이지만 머릿속은 멍한채로 일주일이 지나가다 문득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어차피 볼 수능이라면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 불안하다고 해서 수능 안 볼 것 아니잖아?’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제가 부족한 부분들, 9모에서 내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이유 등을 생각해보며 피드백을 진행한 후 그에 맞춰 학습을 해 나갔습니다. 실모 점수가 오르지 않아도,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도 불안감을 꾹 참고 계획대로 학습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실력이 팍 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10월 중순쯤에 실모 점수가 고정적으로 88~96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수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제일 잘 본 시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시험 중 수능을 가장 잘 본 사람들을 말로만 들어봤지 그게 저일 줄은 몰랐습니다.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수학 가채점하고 펑펑 울었습니다. 재수 생활 동안 수학 때문에 워낙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그랬던 것 같네요. 그렇게 부모님의 인생 최대 투자는 1년동안 노력의 결실을 맺으며 성공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수험생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115일 정도 수능이 남았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공할 확률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짧은 기간동안 약점을 보완해서 수학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던 만큼, 여러분도 충분히 이 기간동안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제가 예전에 올렸던 D-100 칼럼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은 1대1 질문이나 댓글로 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에 대한 부모님의 투자도 성공으로 끝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