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 심리학과 조윤솔입니다 :) 오랜만이죠?

시간이 빨리 지나서, 이제는 수능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기가 되었네요.

여러분도 이제는 수능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실감이 날 것 같아요.

모두에게 시간은 똑같이 가지만, 수능날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천차만별일 거에요.

저 같은 경우 상당히 많이 두려웠습니다. 걱정이 많고 꼼꼼한 평소 성격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죠ㅠㅠ 게다가 저는 수시를 0장 써서 모든 것이 수능에 달려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담감도 굉장히 컸죠.

‘내가 정말 많이 두려워하고 있구나’라고 느낀 것은 매일 잠에 들 때였어요. 우선 저는 평생 동안 불면증이라는 것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일단 머리를 대면 늦어도 10분 내로는 잠들거든요. 근데 어찌나 겁이 났는지, 수능 직전에는 자려고 누우면 심장이 콩닥거려서 잠이 잘 안오더라고요! 

(수능 전날에는 이게 극에 달해서 거의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갔지만, 다행히 큰 영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혹시나 같은 현상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날의 컨디션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시간들이더라고요.)

그러나 이와 별개로 ‘수능날 평소처럼만 하면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이 어느 정도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은 개인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지만, 이 자신감은 제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수능이 겁이 나는 분들을 위해, 제가 어떻게 자신감을 키우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시험 시간 동안 제가 어떻게 행동할지 모두 행동강령으로 정해두었어요.

우선 시간 안배를 정해두었습니다

예를 들어 1회독 시에는 어떤 문제를 풀고,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지, 검토는 어떤 문제를 우선으로 할지 말이죠!

두 번째로 꼭 기억하고 따라야 하는 행동 수칙들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문학 연계 지문과 익숙한 작품도 일관된 매뉴얼에 따라 읽기’(대충 안다는 자신감에 덜 읽고 풀었다가 틀린 적이 정~말 많았습니다), 

‘수학 문제 풀 때 구해야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답 고르기 전에 맞게 구했는지 확인하기’(a를 구하라는데 b를 구하라는 실수 다들 많이 하시죠? 저는 그냥 습관적으로 맞는 걸 구했는지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등등이 있습니다. 

과목별로 너무 수가 많지는 않도록 추려서 시험 직전까지 계속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 동안 풀어온 문제들에 대한 수 많은 오답과 실수들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추린 것이기 때문에, 시험 직전 쉬는 시간까지 볼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행동강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가 이전 칼럼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더 궁금하신 내용이 있다면, 참고해주세요!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행동강령도 첨부파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행동강령을 만든 것의 가장 큰 이점은, 제가 시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명확해 졌다는 것입니다. 명확해질수록 막막함과 두려움이 줄어들더라고요.

사실, 저는 시험 시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까지 제가 어떤 흐름으로 행동할지 미리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쉬는 시간에 몇 분은 뭘 보고 몇 분은 쉴지 말이죠. 굳이 정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이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정도 쉬어야 적당하다~‘라는 것을 알고 실행하면 욕심내서 공부하다가 컨디션 회복을 못하는 등의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장실도 언제 갈지 미리 생각해 뒀습니다. 저는 국어 끝나고랑 영어 끝나고 바로 화장실에 달려갔어요. 근데 ’화장실은 바로 달려가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는 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조금 늦장 부리다 가면 쉬는 시간 내내 줄 서다 올 수도 있거든요. 여러 분도 이점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나가도 된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화장실로 부랴부랴 뛰어갔습니다 ㅋㅋㅋㅋ

저는 우리의 무의식의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생생하게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인 ‘R=VD’가 있습니다. 여기서 R는 realization(실현), V는 vivid(생생한) D는 dream(꿈)을 의미합니다. 즉,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쉬는 시간에 ’앞의 시험이 어땠던, 이제부터 잘하면 돼‘, ’난 분명 잘 할 수 있을거야‘와 같은 생각을 하기로 스스로 정해서 연습했습니다. 그랬더니 실제 현장에 갔을때도, 습관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엄청 신기한 일이죠?

수능 끝나고 제가 엄청나게 기뻐하고, 집에서 신나게 노는 상상도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고 홀가분하게 집에 갔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정말 간절하게 많이 상상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앞에 세워둔 행동강령과 타임테이블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연습했습니다. 

반복하기만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더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동강령과 타임테이블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학원은 일요일마다 자율적으로 실제 수능과 똑같은 시간에 시험을 보고 싶은 사람은 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습니다.

이 때 연습을 안 하고 그냥 자습을 택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시점부터는 매주 빠짐없이 참여했어요. 자체적으로 주에 3-4회씩 실제 시험과 똑같이 실모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습들이 저만의 수능날 루틴을 체화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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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러나 저의 하루가 예상대로만 굴러가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도시락 뚜껑이 안 열린 사건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학원에서 시험을 응시할 때는 급식을 먹으니, 시험 중간에 도시락을 먹는 것은 현역 수능 이후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점심시간 때 20분 동안 천천히 식사를 하는 루틴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당황스럽게도, 도시락 뚜껑이 열리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5분 정도의 시간을 보냈는데요, 저의 힘으로는 절대 안 열릴 것 같아서 멘붕이 왔습니다. 결국 완전 수줍은 저도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런 제 눈에 같은 학원 복장을 입은 학생이 들어왔어요. 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열어줘서 결국 밥을 먹을 수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워 친구야!!

이 얘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세상에 모든 일이 예상대로 흘러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변수는 작든 크든 생길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제가 말한 방식대로 하면서, 수능날 무조건 그 루틴을 반복하겠다는 강박을 가지면 힘들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요. 그래서 내 행동의 편의를 위해, 선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계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틀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이 방식을 시도하며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나중에는 사고 방식이 바뀌니 도움이 되고 편한 것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저의 방식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사실 누구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어떻게 생각하든 수능 날에는 변수가 생길 수 밖에 없죠. 그 부분을 너무 두려워하기 보단, 어떻게 되던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에요 :)

오늘의 추천 음악은 페퍼톤스 – 행운을 빌어요입니다! 

제가 작성한 행동강령에도 적혀 있는 노래에요. 저는 아침에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뿐한 마음으로 수능장에 끝나기로 마음 먹었었거든요. 실제로 수능 시험장에 가는 버스에서, 이 노래를 떠올렸습니다.

이 노래를 고른 이유는, 우선 노래 자체가 수능 보러 가는 길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문득 머리 위로 차가운 공기가 흐른다. 이젠 인사를 할 시간.‘이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실제로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수능날 아침과 엄청 어울립니다.

’뒤돌아 서지 마요 쉼 없이 달려가요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이라는 부분을 들을 때면, 저의 지난 노력에 미련을 가지지 말고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수많은 이야기 끝없는 모험만이 그대와 함께이길‘을 듣고는, 수능 이후의 인생을 달려나가는 저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 설레했고요.

여러분도 두려울 때 이 노래를 들으면 큰 용기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추천하는 곡입니다 ㅎㅎ

글과 관련된 질문부터 고민 상담까지 편하게 댓글 달아주세요. 다만 시험 기간이다 보니, 댓글 답변이 조오금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수능 완전 직전에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막막한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칼럼은 제가 수능 직전에 어떤 공부를 했는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작성해서 올리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들 남은 기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