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 옷이 더는 어색하지 않은 10월입니다.

이제는 창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가 옷깃을 파고듭니다. 

공기의 질감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달력에 남은 숫자가 서른 개 남짓한 수험생들에게 이 차가운 공기는 아마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겠죠.

지난 연휴를 꽤나 한가롭게 보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요

이렇게 연휴가 끝나고 지난 추석 연휴에 대해 돌이켜보니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하지만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낭비’이기만 했을까요?

어쩌면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이나 공부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 완벽하게 채워진 계획표, 빈틈없이 성공한 하루를 꿈꾸지만 현실은 빈칸투성이일 때가 더 많습니다. 

딴생각에 빠져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슬럼프에 발목을 잡히기도 하며, 저처럼 중요한 일을 미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정갈하게 쓰인 페이지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지럽게 낙서가 된 페이지, 무언가를 고민한 흔적이 남은 페이지와 심지어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비워둔 페이지조차 결국에는 나의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시 새로운 페이지를 채워나갈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나간 시간의 공백을 너무 아쉬워하며 후회하지 말고

그 쉼표와 여백의 시간들이 모여 다음 장을 채울 힘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사실 매일 완벽하게 사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요? 

때로는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좀 쉬어가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달릴 힘도 생기는 법이죠. 

이제 남은 30여일 동안 여러분의 이야기를 멋지게 완성해나갈 시간입니다.

수험생 라디오, 류성준입니다.

이번 회차, 전** 학생의 고민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를 공부를 안 하고 날려버렸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추석에 놀았다는 생각에 지금부터 공부한다고 바뀌는 게 없을 것 같아서 공부 의욕도 안 생기고 집중도 안 됩니다. 

어떡할까요?

아마 지금 이 라디오를 보고 있는 몇몇의 학생분들도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글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나간 시간의 공백이 마치 거대한 벽처럼 느껴져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은 끈질긴 중력과 같아서 우리의 의지를 무기력의 바닥으로 끊임없이 끌어당깁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지금 시작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감정의 영역에서 잠시 꺼내 이성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선택 1: 포기한다

‘공부를 포기한다’는 것은

다가올 시험날까지의 나에게 어떤 긍정적 변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물론 수능이라는 최종 결과는 '점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날의 컨디션, 문제 운, 그리고 '끝까지 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까지 더해져 완성됩니다.

‘선택 1’을 하는 순간, 여러분은 이 모든 변수를 스스로 차단하게 됩니다. 

성적 향상의 가능성이 0%가 되는 것은 물론 시험이 끝난 후 '그때 조금만 더 해볼걸'이라는 100% 확률의 후회를 예약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슬픈 예언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확정된 아쉬움’입니다.

선택 2: 그럼에도 시작한다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결과가 어찌 되든 남은 시간의 경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입니다. 솔직히 남은 기간 공부한다고 해서 성적이 무조건 오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험치'라는 변수는 반드시 추가된다는 사실입니다.

어떠한 경험치보다도, 가장 중요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이겨낸 경험'이 여러분에게 남습니다.

이 경험들은 당장의 점수와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값진 경험들은 

시험 당일 여러분의 멘탈을 붙잡아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고

'나는 할 만큼 했다'는 단단한 마음을 선물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결과와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확정된 성장'입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포기’는 0%의 가능성과 100%의 후회에 투자하는 것이고

'시작’은 0%가 아닌 가능성과 100%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미 늦었다’는 감정의 속삭임은 우리를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길로 이끄는 가장 교묘한 함정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이토록 명쾌한 논리를 따르지 못합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라는 감정이 이성의 눈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빚과 같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연휴 동안 공부하지 않은 시간을 ‘갚아야 할 빚’으로 여기는 것이죠. 

그 빚의 규모가 너무 커서 갚을 엄두가 나지 않아 아예 파산을 선언해버리는 심리와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빚이 아닙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입니다. 

과거는 상환해야 할 빚이 아니라 이미 흘러가 버린 강물입니다. 

과거의 강물은 이미 바다로 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흘려보낼 강물을 맑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더미처럼 밀려있는 공부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그저 막막하기만 한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 작성했던 과거의 계획표를 과감히 버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상 앞에 붙어있다면 떼어냅시다.

이것은 단순히 기분 전환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매우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그 계획표는 더 이상 여러분의 완벽한 계획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지키지 못한 약속들, 해내지 못한 과제들이 빼곡히 적힌 ‘실패의 기록’일 뿐입니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순간 ‘이것을 다 했어야 했는데…’라는 자책감과

‘이 방대한 양을 언제 다 따라잡는가’하는 무력감이 여러분을 덮쳐옵니다.

밀린 분량을 보며 한숨을 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를 현재로 계속해서 불러오는 행위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제까지 무엇을 못했는가’가 아니라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 하나뿐입니다.

과거의 짐을 내려놓았다면, 이제 한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오직 오늘 하루를 위한 새로운 계획’, 

더 나아가 '남은 30일을 위한 계획'을 다시 세워보는 겁니다. 

1. 아주 현실적으로, 정확히 오늘 해낼 수 있는 분량만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가장 중요하거나 가장 시급한 과목 한두 가지만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과목을 모두 하려고 욕심을 내면 또다시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무력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3. 첫 시작은 아주 작은 성취감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쉬운 목표로 설정해 보는 겁니다. ‘영어 단어 n개 암기’, ‘수학 문제 딱 한 문제 풀기’와 같이 즉시 ‘완수했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목표가 좋습니다. 쉬운 문제를 푸는 것도 좋고요!

이렇게 만든 오늘의 계획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과거의 실패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어제의 실패가 오늘의 여러분을 붙잡게 두지 마세요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번 라디오를 마칠까 합니다.

그것은 연휴를 쉬어버린 과거의 실수가 아닙니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야’라는 비관에 사로잡혀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최악의 결정입니다. 

과거의 실수는 이미 지나갔지만 현재의 포기는 미래의 가능성마저 지워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한번 냉정하게 물어보세요. 

그 비관을 받아들이고 책을 덮는다면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건가요?

마음 편히 온전히 쉴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걱정과 후회로 시간을 보내거나 게임이나 영상 같은 의미 없는 자극으로 불안을 잠시 잊으려 하겠지요. 

하지만 그 끝에 남는 것은 더 큰 공허함과 우리가 아까 이성적으로 살펴보았던 ‘확정된 실패’뿐입니다.

결국 비관에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가장 고통스럽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실패를 향해 걸어가는 길과 같습니다.

전** 학생의 고민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다가올 시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려움의 반대편에는 언제나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라는 질문에 누구도 합격을 보장해 줄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으니까.”

모두가 각자의 후회와 불안 속에서 다시 책상에 앉아있을 겁니다. 

그 마음 한편에 ‘괜찮다’는 말 한마디를 꼭 전해주며 이번 라디오를 마칩니다.

수능이 벌써 30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저에게도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지는데

매일의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을 여러분에게는 얼마나 더 숨 가쁘게 느껴질까요.

수능 직전의 엄청난 압박감을 저 역시 겪어봤기에 팁 하나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 시간을 이겨낸 방법은 '욕심을 버리고 통제할 수 없는 걱정은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플래너 작성'이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매일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하고 그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은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주고 '오늘 할 일'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매일 일기를 썼던 습관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멘토님들도 시험 기간이라 바쁘고 

저 역시 이번 학기 27학점.......을 듣는 대학생이라 이번주부터는 다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틈틈이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꾸준히 나누도록 노력할게요 😎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번 한 주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