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여러분들 모두 2026 수능 치르시느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당장은 그 결과를 뒤로하고 그간 너무나 고생한 본인을 축하해주고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어요.

이번 주 목요일에 수능은 끝났지만, 수시를 준비해 온 우리에게는 ‘면접’이라는 새로운 관문이 남아있죠...

고등학교 1, 2학년 때에도 지속적으로 압박감을 주었고, 3학년 때는 당장의 큰 벽으로만 느껴졌던 ‘수능’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곧바로 면접 준비를 하기란 정말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어려웠고요)

이 시점에서 제가 수시로 어떤 대학에 지원했었는지를 다시 한번 말씀드려보자면

서울대 약대(일반), 중앙대 약대(종합_탐구형), 성균관대 약대(종합), 가천대 약대(가천의 약학), 연세대 약대(종합), 동국대 약대(종합), 카이스트(창의 도전) 이렇게 원서를 작성했었습니다.

여기서 카이스트와 성균관대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면접이 있는 전형들이었죠. 그런데 이때 동국대학교의 경우에는 1차에서 떨어졌고, 연세대학교는 1차는 붙었으나…. 제가 12222를 맞으며 2합 2를 못 맞추는 바람에…. 면접은 보러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즉 수능이 끝난 직후 저에게 남아있던 면접은 서울대, 중앙대, 가천대 이렇게 세 개였죠.

일단 11/14 수능이 끝난 당일, 저는 연세대 최저를 못 맞췄다는 사실에 다소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를 보던, 사설을 보던 거의 항상 맞췄었던 최저였기에, 수능 날에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었는데, 대부분의 과목에서 1문제씩 더 틀리며 2등급으로 떨어지자, 뭔가 본인에게 굉장히 실망했었던 거 같아요.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수능에서 아쉬운 성적을 받자, 그냥 뭔가를 더 할 의욕이 잘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의욕은 없었지만 11/15일, 수능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저는 서울대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가게 되었어요.

학교에 도착한 후, 교무실에 들어가서도 “그동안 내가 열심히 준비해 왔던 수능에서 내가 목표로 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침울한 상태로 계속 있었습니다. 뭔가 이전까지 제가 이렇게 열심히 했을 때,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던 경험이 크게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저에게 이 순간이 특히 더 아쉽고, 아프게 다가왔었죠.

이때 저는 뭐 대학 면접을 준비할 의욕도 크게 생기지 않았었고,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지쳐있을 새도 없이, 서울대 면접이 바로 다음 주 금요일이었기에, 또다시 책상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어야 했죠.

서울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들에 붙을지 말지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냥 이번이 진짜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남아있던 힘을 다 써보려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로 했었냐면, 주말에 학교 기숙사가 문을 안 열어주자, 서울대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던 친구 집에서 자고, 다음날 바로 학교 가서 문제를 풀며 생활했었습니다. (집과 학교가 차 타고 1시간 정도 걸렸었기에, 집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어요)

주말도 물론 주말대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정말로 힘든 건 평일이었어요. 이미 면접이 끝난 친구들과 면접이 많이 남은 친구들, 면접이 없는 친구들이 정말 자유롭게,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볼 때면, 그냥 그만하고 싶은 충동이 더더욱 강해졌죠.

그래도 제 앞에 있는,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는 기회를 잡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면접 전날, 저는 교무실에 잘 보고 오겠다는 인사를 남긴 이후, 서울로 이동했죠.

이때 같이 면접을 보는 친구와 서울대 입구에 함께 숙소를 잡았었는데, 면접 전날이고, 공부도 잘 안되다 보니 서울대에 미리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그때 본 빛나는 서울대 정문…. 그 정문을 딱 보았을 때의 벅차오름은…. 아직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 정말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일에 대한 부담감이 약간씩 커져 왔죠.

저와 같이 간 친구도 약대에 지원했기에, 함께 약대 건물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터벅터벅 약대까지 올라가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서울대학교의 모습을 차곡차곡 눈에 담아갔죠.

함께 약대 건물 앞에 서서 내일 면접을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도 하고, 괜히 사진도 찍어두고,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약간은 부끄럽네요ㅎㅎ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건물 앞에서 그런 호들갑들을 떨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누군가가 보고있었으면... 으으)

이후 숙소로 돌아가서 잠에 들었고, 다음날 드디어 결전의 날이 되었습니다.

어제 왔던 그 약대 건물로 들어가 저의 순서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대기하고 있었죠. 이때 저는 맨 마지막 번호여서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드디어 문제지를 받았었습니다.

그렇게 문제지를 받았는데... 받았는데... 정말 문제가 뭘 물어보고 있는지가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었어요.

뭔가 예상했던 문제와 그 유형도 너무나 달랐고, 또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도 잘 안 잡혔으며, 거기서 제공해 준 볼펜의 잉크 또한 터져버리는 바람에 멘탈 또한 나갔죠.

정말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끔찍한 45분이었습니다.

이후 어찌저찌 제가 (못)풀은 문제지를 이용해서 교수님들 앞에서 풀이를 발표하고 약대 건물을 나왔는데, 그땐 정말 “다 끝났다…. 망했다….”, “XX, XXX” 그냥 계속 이 생각만 들었어요.

시험 끝나고 나서 원래 바로 담임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도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

그렇게 망연자실한 상태로 정말 눈물을 머금으며 기차 타고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때 저는 그냥 ‘벽’을 느낀 기분이었어요.

저는 뭐 아무리 해도 풀리지도 않았던 문제를 다 풀고, 시간 남은 사람들도 속출하고, 또 저보다 훨씬 많이 푼 친구들을 보면서, “음…. 그래. 서울대는 저런 애들이 가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난 안된다”라고 체념했죠.

수능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준비해 온 일들이 두 번 연속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자, 점점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3년 동안 크게 받지 않았던 스트레스를 몰아서 받았었습니다.

그렇게 면접 본 날은 그냥 집에서 쉬고, 다음날 저는 중앙대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또다시 학교로 향하게 되었어요. 다음 날 오후쯤에 학교에 갔는데... 일단 교무실에 잘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교무실에 저의 수리 면접을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 몇 분께서 계셨는데, 차마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제가 원래 수능 공부하던 자리에 가서 저의 생기부를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생기부에 눈이 가 있는 것뿐이지, 머리에 정말 하나도 들어오는 게 없었어요. 머릿속은 온통 아쉬움,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죠.

그래도 다음 날이 되어서는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어, 다시 생기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었어요. 한 면접을 망치고 바로 다음 면접을 준비한다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중앙대 약대 면접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학교 선생님들과의 모의 면접을 진행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면접을 봐야 할지 가닥이 잡혔고, 답변 또한 원하는 대로 잘 나왔기에 자신감도 제법 생겼던 거 같아요.

그렇게 11/30일 이번에는 중앙대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뭔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컸기에, 크게 긴장하지 않고, 제 차례가 되자 곧장 면접실로 향했죠.

면접실에 가서 이제 교수님들께서 물어봐 주시는 질문에 대답하는데…. 이게 제가 분명히 봤던 내용인데, 봤던 내용 중에서도 제가 약간은 얕게 공부했던 부분을 쏙 쏙 골라서 질문해 주시더라고요. 하... 그래도 제 생기부다 보니까 아예 모르는 내용은 아니어서 최대한으로 그냥 아는 걸 다 말하긴 했는데, 막상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핵심적인 대답은 하지 못했었습니다.

(교수님으로서는 어떤 놈이 기분 좋게 들어오더니 본인 질문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것들만 말하고 있으니, “뭐 하는 놈이지?”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리고요.)

그렇게, 서울대 면접 급으로 망친 것은 아니었지만, 연습할 때 준비했던 것만큼 수월하게 보지 못하며, 중앙대 약대 면접을 아쉽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뭐, 그냥 이때는 별 별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잘 해오다가 어떻게 입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렇게 하나같이 다 말아먹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며 자신을 질책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았을 때는 뭐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해 준비한 면접들도 이미 다 끝난걸요.

그냥 체념하고, 자유를 만끽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대전 사람인데, 정말 할 게 없으니까, 그냥 맨날 친구들이랑 성심당 본점 갔다가 그 근처에서 놀고, 밤에 집에 들어오고, 이런 생활을 반복했었어요.

아 가천대 면접은 어떻게 했냐고요?

사실 제가 수능 가채점을 하지 않아서, 다시 풀어본 것을 바탕으로 점수를 예상했던 거였는데, 예상한 대로 나오면 아주 안정적으로 최저를 맞추지만, 혹시나 모르니까 수능 성적표 나오면 그때 다시 준비하자고 생각해서 그냥 신경도 안쓰고 있었습니다ㅎㅎ

그래서 그렇게 한 1주일 정도를 띵까띵까 보내다 보니, 수능 성적 발표일이 되었고, 선생님께서 카톡으로 수능 성적표를 보내 주셨는데! 다행히도 생각했던 대로 성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천대 면접을 좀 준비해 볼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중앙대 합격자 발표가 떴더라고요..? 원하는 만큼 면접을 잘 못 보긴 했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서 제 수험 번호를 기입하고, 엔터를 눌러보니..

“예비 1번”

(제가 지원했던 전형은 그래도 한 바퀴 정도는 더 빠지는 전형이었기에 1번이었으면 합격권이었어요.)

그걸 보자마자 그냥 무작정 신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ㅋㅎㅋㅎㅋㅋ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며 감격하기도 했고, 그 순간이 감동스럽기도 했지만, 일단 신났고, “더욱 마음 편히 놀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렇게 합격 결과 보고 마음 편히 놀고 있는데, 이번엔 갑자기 성균관대학교 합격자 발표가 뜨더군요..? “하루에 수능성적, 중대, 성대 발표까지 모두 나오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 참으니까, 바로 조회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합격”이라 적혀있었습니다. 뭔가 이 하루에 수능부터 그때까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던 일들을 싹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제 고등학교 생활을 잘 마무리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거 같아요.

네. 저는 이미 이때 제 입시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가천대 면접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제가 더 선호하던 대학에 붙었기에 크게 면접을 보러 갈 이유는 없었죠.

(근데 그래도 이왕 원서 넣었고, 최저를 맞췄으니까, 보러 가긴 했는데, 면접 준비도 별도로 하지 않았고, 그냥 중앙대 면접 준비했던 거 다시 떠올려보고, 생기부 한 번 훑어보고 면접 보러 갔었어요)

저 스스로는 입시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서울대 합격 발표가 아직 남았다는 것을 외면할 수는 없더군요

12/12일, 정말 체념한 상태에서 제 수험번호를 기입하고 엔터를 누른 결과...

“불합격”

서울대는 또 예비 번호도 안 알려주기 때문에 그냥 “중앙대, 성대 중에 어디 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바로 합격자 발표 창을 덮었습니다.

이후 12/19 이날 저는 친구들이랑 대천으로 여행을 갔었어요.

그리고 이날은 2시에 서울대 1차 추가합격 발표가 나는 날이었죠. 이때 같이 여행 같던 친구 중에서는 서울대 치대를 썼던 친구도 있었는데, 이 친구는 그래도 나름대로 면접을 잘 봤기에 추합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저는 아무런 기대도 하고 있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공교롭게도, 저희가 타려고 했던 ‘레일 바이크’ 또한 오후 2시에 운영을 시작했기에, 저와 제 친구는 레일바이크 위에서 함께 합격자 조회를 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정말 감사하게도 두 명의 합격 창에 동일하게 ‘추가합격’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레일바이크 위에서의 짜릿한 합격이 저의 입시에 마침표을 찍어주었죠.

제가 입시를 마무리하면서 느꼈던 것은 딱 세 개였던 것 같아요.

1. 열심히 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은 너무나도 많다는 것

2. 그런 상황에서 깊게 좌절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3. 그동안의 노력은 언젠가는 빛을 발하기에,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여러분께서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오셨다는 것을 압니다. 너무나도 열심히 달려온 나머지 더 이상 달릴 힘이 남아있지 않고, 한 번 넘어지면 그대로 주저앉아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요.

그런데 그럼에도 정말 마지막으로 일어나서 최선을 다해주신다면, 이 노력은 결코 여러분들을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압니다. 제가 그랬었거든요.

수능이 끝나고도, 대학 면접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닌 상황이 너무 힘들겠지만, 그래도 힘내시길 바라고

면접을 망쳐 모든 게 끝났다고 느껴질 때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을 명심해주시면서 마지막까지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11/21, 11/28일날 있을 서울대 약대 수시면접, 저 역시 앞에서 응원하고 있을거니까, 모두들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