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도형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이 배워서’인 것도 있습니다. ? 그게 무슨 어이 없는 이유라고요? 삼각함수를 배우지 않은 중학생이어도 당연히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괜히 삼각함수의 덧셈정리, 삼각함수의 변환 이런 걸 알고 있어서 ‘어 이거 그냥 삼각함수 덧셈정리로 푸는 건가?’하면서 고등학교 과정만으로 풀려 한다는 거죠. 근데 이 버릇, 떨치셔야지 그 위에서 문제를 내려다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그 대표적인 예시이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삼각함수의 덧셈정리로 푸는 수능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문제 원본은 2021학년도 수능 가형 14번입니다.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이 푸신 분들은 ‘? 이거 진짜 삼각함수의 덧셈정리로 푸는 거 아니에요?’ 하실 겁니다. 아닙니다. 물론 그 풀이도 가능하긴 하나, 도형적인 요소는 철저히 중학생 마인드로 접근하면 더 큰 그림을 그리라는 수능 출제진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많고 많은 조건 중에 왜 F1E1=F1C1을 주었을까요? 단순히 각 F1E1C1이 45도임을 주고 각 C1E1D1의 tan값이 2이니 덧셈정리를 이용해서 E1D2:C2D2=1:3임을 알고 푸는 문제였을까요? 아예 그랬다면 그냥 ‘각 C1E1F1이 45도이고 각 E1F1C1이 90도이다.’ 주고 삼각형 E1F1C1이 직각이등변삼각형이구나 추론하게끔 유도하는 게 더 좋은 문제가 되었겠죠. 우선 여러분들이 대부분 아는 풀이는 삼각함수의 덧셈정리이니까, 그림에서 제가 접근한 닮음의 밑그림만 언급하고 여러분의 풀이대로 접근하도록 합시다.

여기까지 왔으면 ? 싶은 생각이 드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굳이 왜…점 G1, 점 H1을 새로 만들었지?’ 아직까지만 해도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이제 먼저 여러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삼각함수 덧셈정리를 이용한 풀이로 접근해봅시다.

음…계산도 깔끔한 편이고 삼각함수의 덧셈정리를 이용해 접근하니 바로 기울기가 3 이게 나와서 비교적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점 G1, 점 H1을 굳이 쓸 필요도 없고요. 그럼 이게 최선이었을까요? 그럼 이거 삼각함수 덧셈정리를 배우지 않은 중학생이면 도형 해석이 불가한 문제였을까요? 그럴 리가요. 수능 출제진은 도형 해석까지는 중학생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문제 상황을 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F1E1=F1C1임을 이용해 합동을 이용하면 됩니다. ‘? 그게 왜 합동을 쓸 이유가 되죠?’ 두 직각삼각형이 합동이 되니까요. ‘? 왜요?’라고 하셨다면, 지금 중학교 도형 지식이 많이 약한 겁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 우리는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인 RHA 합동, RHS 합동을 배웁니다. 즉, 직각삼각형이 보였다면 합동을 떠올리는 것은 중학교 때 배운 교육과정을 생각하면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 이를 이용하여 중학교 지식만으로 도형 상황을 해체해보죠.

어떤가요, 너무나도 어이 없이 합동으로 삼각함수의 덧셈정리 없이 중학생도 접근할 수 있는 풀이가 나오지 않습니까? 이제 아래부터는 그냥 계산으로 위에서 푼 풀이와 완전히 동일하니 별 의미는 없습니다. 

이처럼 도형 문제는 아주 철저하게 중학생도 해석할 수 있게끔 설계되는 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입니다. 물론 코사인법칙, 사인법칙이라는 편리한 도구들을 배우지만, 막상 그 발상들도 피타고라스 정리, 원주각-중심각 간의 관계 등 여러분들이 중학교 때 다 배우고 온 내용들을 기반으로 유도하는 법칙인 것만큼 여러분들이 해석하는 도형 문제들은 다 중학생도 도형 상황까지는 충분히 접근 가능한 문제들입니다. 

이를 빨리 깨달으셔야 괜히 복잡하게 도형을 해석하지 않고 ‘아 이건 중학교 내신에서 나온 도형 문제보다 도형 해석은 쉽다.’ 생각으로 차분히 접근하면 고등학교 도형 문제들은 전부 다 박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