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일.. 아직도 그 날의 허망함은 생생하다.
예정보다 2주 뒤로 밀린 수능이 끝난 뒤, 고등학교 입학 후 단 한 번도 평가원 혹은 교육청 모의고사에서 생윤 1등급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나는,
3점짜리 2개를 틀린 대가로 생전 받아본 적이 없는 예상백분위 83이라는 수치에 직면하여 있었던 것이다.

수미잡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백번 천번 맞았다. 그렇다. 나는 요나스를 배웠다고는 하면서 그동안의 모의고사 1등급이 가져온 수능 1등급에 대한 희망만 발견했지, 수능이 망하고 진학사 모의지원을 돌린 후 엄습할 '공포'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탐구를 망친 것이 아쉬워 반수를 결정한다.

사실 나의 실패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첫째로, 기출을 단 한 번도 돌린 적이 없다.
기출의 중요성에 무지했던 나는, 그저 학교 선생님의 수업에 따라 수특과 수완만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인강도 들어본 적이 없다.) 기출 없는 연계교재는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저택과도 같아서, 시간이 지나니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수능을 망한 게 신기한 것이 아니라 차라리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 꾸준히 나왔던 게 기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로, 자만했다. 지금까지 1등급을 맞았으니까, 수능도 당연히 1등급을 맞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지막에 가서는 생윤 공부를 아예 안 했다. 남들은 최저 맞추겠다고 탐구를 죽어라 하고 있는 판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수능에서 뒤집혔다.

말이 너무 길었는데, 어쨌든 이번에는 모래가 아닌 반석 위에 저택을 지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반수 생윤 첫 커리를 기출 강의로 선택했다. 강의의 주된 특징으로는,

1. 기출만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리마인드 시켜주신다. 사실 처음에 까먹은 것도 많고 한데 잘생긴 개념부터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부족한 반수의 특성상 기출로 바로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때문에 개념을 한 번 이상 완벽히 돌린 적이 있는 반수생이나 재수생은 이 강좌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역시 기출만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수특의 내용도 같이 분석해주신다. 수특에 나온 주목할 만한 선지들, 제시문들, 심지어 해설지의 내용까지 강의에 잘 버무려 주시기 때문에 이거 듣고 수특 풀면 엄청 잘 풀린다.

3. 또 단순히 문제 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문제를 내다보는 강의이다. 혼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제시문의 내용들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출제될 수 있는 요소들을 꼼꼼하게 짚어주신다. 가끔 이건 너무 투머치한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공부는 투머치하게 하는 게 맞는 듯하다.

아쉬운 점이 딱 한 가지가 있는데,
현장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적다..ㅜㅜ 내가 대신 대답하고 싶을 때가 엄청 많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 잃지 않으시는 종익쌤 대단하세요!!)

과목이 싫으면 선생님이라도 좋아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윤리가 좋아서 윤리를 선택한 사람이든지, 윤리 선택하고 보니 윤리 싫어진 사람이든지, 강의 들어보면 최소한 종익쌤은 좋아하게 될 것이니 이제 생윤은 걱정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