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평 처음써봐서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작년 수능때 국어를 망쳤었습니다.
작년 1년동안 6평 98점, 9평 94점, 사관학교 94점을 맞고 나름 국어는 안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저는 1~3학년 재학중 국어 모의고사는 사설을 포함해서 대부분을 1등급 최상~상위권에서 살았었기 때문에,
수능을 망할거면 수학같은 거로 망하겠지...라는 생각만 있었는데.
수능때 생애 처음으로 3등급을 맞아봤습니다.
심지어 다른 과목 성적이 괜찮게 나와서 국어만 1등급이 나왔다면 원하는 대학에 갔을 정도였네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습니다.
수능 전날에 잠을 설치긴 했지만, 이걸로 피드백을 퉁치는 건 말이 안됐습니다.
국어 문제를 조금 소홀히 풀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풀어왔습니다. 하루 한 지문씩은 꼭 봤습니다.
뭐가 문젤까.

저는 3년동안 지문에 밑줄을 쳐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설책보단 과학책을 집었던 소년은 그런게 필요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서는 음미하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에 밑줄을 치며 읽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수능 독서만 밑줄을 치려고 하는가. 라는 의문에 저는 과감하게 치지 않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 결과로 얻은 성적이 나빴다면 말이라도 안했을 겁니다. 항상 최상위권이었습니다.
그읽그풀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독서의 본질, 정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능은 달라야 했습니다.
안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냄새부터 다릅니다.
그 장소에만 가면 모든게 이질적으로 변합니다.
심지어는 내 몸조차도 불편할 지경이었습니다.

원래 이원준 선생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커리를 탔었고, 해설강의도 쌤 것만 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스키마를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머리에 그려버리면 되잖아!"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한 번 쓴 맛을 본 뒤, 아예 완전히 모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어를 풀때는 내가 이원준이고 이원준이 나다 이원준과 나는 8시 40분부로 일체가 된다
...는 마인드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시험지는 새 향기였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펜을 잡아서, 처음으로.
지문에 밑줄을 그으면서 상관관계, 인과관계 등을 파악해갔습니다.

채점 결과 원점수 98점이었습니다.
작년 6평이랑 똑같은 점수긴 했지만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 때는 풀고나서 불안했지만 이번에는 편안했습니다.
아쉽게도 2점은 중간에 자아분열이라도 했는지 까이긴 했지만
그리 기분나쁜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이원준 선생님의 스키마는 독해의 본질을 관통합니다.
인간의 뇌는 익숙한 구조에 더 잘 반응합니다.
논리적 글쓰기의 특징상 글의 전개와 형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키마는 그 한계선에서, 우리가 모든 구조에 익숙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신규 정보를 마치 익숙한 정보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이원준의 방법에 대해
"너무 어렵다"
"수능에는 불필요하다"
"LEET에나 필요한 방법이다"
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렵기에 얻어가는 것이고,
공부는 필요한 것만 챙겨가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럴거면 교과서만 읽는게 가성비 갑이겠죠.)
"읽고 이해한다"는 교집합이 존재하는 이상 그 유사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LEET 300제를 풀면서 훨씬 고등하고 다양한 사고를 처리할 수 있을 테고,
충분한 연습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자신의 스키마를 다듬는 조각칼과도 같은 강의입니다.

가장 깔끔하고 체계적인 독해 방식, 스키마를 믿어봅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중에 집가는 길에 기억난 겸 이원준쌤 인스타 팔로우부터 해야겠습니다.
216! 216!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