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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법] [윤리] 정확한 명칭을 찾아서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구은빈 마스터
등록일 :
2021.05.07
|
조회 :
1,704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학, 유가, 유교 중 과연 어떤 명칭을 사용해야 옳은 것인지, 그리고 불가, 불교 또는 도가, 도교 중에서도 옳은 명칭은 어떤 명칭인 것인지에 대해 한번 살펴 보고자 합니다. 

당연하지만 수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므로 심심하시거나, 잠깐 머리를 식히고 싶은데 뭔가 공부와 관련된 내용을 읽어야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거나, 또는 실제로 옳은 명칭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학생분들만 선택적으로 편하게 읽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1. 유학? 유가? 유교?

우선 유학, 유가, 유교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글자는 바로 ‘유’ - 즉 儒선비 유 자입니다. 儒선비 유 자는 선비라는 뜻 외에도 ‘부드럽다’ 또는 ‘윤택하다’라는 의미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선비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이때 선비는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말일까요? 선비는, 공부와 수양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고 더 나아가 타인과 사회 역시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정말 공자, 맹자, 순자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는 사람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유가, 유교, 유학 중 어떤 명칭이 옳은 명칭인지 살펴 볼까요? 우선 각 명칭의 뜻부터 살펴 봅시다.

유학은 儒선비 유 자에 學학문 학 자를 씁니다. 말 그대로 선비의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공자 같은 위대한 선비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열심히 가르쳤던 ‘학문’에 초점을 둘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즉 공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학문 체계를 두고 유학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유가는 儒선비 유 자에 家집 가 자를 씁니다. 집 가는 집을 의미할 뿐 아니라 집단 또는 무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유가라는 말은 공자의 사상을 공부하는 일종의 학자 집단을 의미하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교는 儒선비 유 자에 敎가르칠 교 자를 씁니다. 물론 이때 敎가르칠 교 자의 주된 의미는 ‘가르치다’이며 따라서 ‘교’육 또는 학‘교’ 같은 단어에 주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敎가르칠 교 자는 ‘종교’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기독교나 힌두교 같은 대표적인 종교 뒤에 모두 ‘교’ 자가 붙는 것도 바로 이 한자어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유교라는 말 역시 결국에는 종교를 의미하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유학이라는 학문에 종교의 형식을 더하여 체계화한 일종의 종교 사상을 두고 유교라고 하는 것입니다.  

“엥? 유교가 종교예요? 대체 어디를 봐서요...?”

유교도 종교입니다. 기독교가 종교이고 힌두교가 종교이듯 유교도 종교입니다. 만약 유교가 종교가 아니라면 애초에 뒤에 敎종교 교 자를 붙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유교는 애초에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어떻게 종교일 수 있나요?”

첫째로, 유교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의 존재를 인정해요. 다만 신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을 뿐입니다. 유교 역시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신을 두고 흔히 천(天)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유교는 하늘이 인간을 만들고 하늘이 인간에게 선천적인 도덕성을 부여하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유교는 하늘에 기대지 않고, 따라서 기도 역시 하지 않습니다. 비록 인간을 만든 것은 하늘이지만 인간의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은 인간의 주된 몫이라는 것이 유교의 입장입니다. 

둘째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도 종교일 수 있습니다. 불교나 도교도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종교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사실 ‘종교인 것’과 ‘종교가 아닌 것’을 명확하기 구분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정의부터 명확하게 내려야만 하는데, 더 깊게 들어 가면 머리가 아파지므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확실한 점은 굳이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도, 그리고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딱히 신을 숭배하지 않아도 충분히 종교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유교 역시 종교일 수 있습니다. 물론 유교를 종교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 역시 존재하지만, 조상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관례가 있는 것처럼 종교적 성격을 분명히 어느 정도는 띤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는 유교도 종교의 일환으로 인정 받습니다. 

그렇다면 공자, 맹자, 순자 같은 사상가를 이를 때 유학, 유가, 유교 중 어떤 명칭을 사용해야 옳은 것일까요? 예상 가능하시겠지만, 사실 어떤 표현을 쓰셔도 괜찮습니다. 즉 유학도 옳은 명칭이고, 유가도 옳은 명칭이고, 유교도 옳은 명칭인 것입니다. 

그런데 일단 교과서와 연계 교재는 전부 ‘유교’라는 표현을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도 만약 세 표현 중 하나로 딱 정하고 싶은데 무엇으로 할지가 고민이시라면 그냥 유교라고 하세요. 이왕 하시는 것 교과서의 서술과 연계 교재의 서술을 따르시면 조금 더 좋을 것입니다.

확실한 점은 유학, 유가, 유교 그 어떤 표현도 잘못된 표현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문적 측면에 큰 초점을 둘 경우 유학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되고, 수많은 사상가와 그 무리에 큰 초점을 둘 경우 유가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되며, 종교적 측면에 큰 초점을 둘 경우 유교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결국 셋 다 같은 것을 이르는 말인데, 표현만 서로 조금씩 다를 뿐인 것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리그 오브 레전드라고 부르기도 하고, 롤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엘오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셋 다 같은 게임을 이르는 말인 것처럼 말입니다.

2. 불가? 불교?

이 경우에도 우선 불가, 불교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글자인 ‘불’이라는 글자에 대해 먼저 살펴 봅시다. 한자어로는 佛부처 불 자이게 됩니다. 

이 佛부처 불 자는 원래는 사람 불 자였습니다. 즉,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교가 중국과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부처를 의미하는 말인 붓다(budda)라는 말을 최대한 ‘붓다’라는 실제 발음과 유사하도록 한자 단어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게 되었는데, 이때 이 佛사람 불 자와 陀부처 타 자가 합쳐져 ‘붓다’와 발음이 비슷한 ‘불타’라는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이 ‘불타’라는 말을 한 글자로 줄여서 그냥 앞에 쓰인 佛사람 불 자만 써도 붓다, 즉 부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자는 분위기가 퍼지게 되었고, 따라서 佛사람 불 자는 佛부처 불 자로 그 의미가 변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부처가 될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하는 말인 ‘불성’의 ‘불’과, 불교에서 사용하는 경전을 의미하는 말인 ‘불경’의 ‘불’ 모두 이 佛부처 불 자를 사용합니다.

이제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사실 불가와 불교의 경우에도 유가와 유교의 경우와 동일합니다. 불가는 석가모니의 사상을 중심으로 학문을 공부하는 일종의 스님 집단을 의미하는 말이고, 불교는 석가모니의 학문적 사상에 종교적 형식을 덧입힌 종교 사상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불가라는 말은 다소 낯설지 않나요? 보통 불가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가나 도가와 비교해 보았을 때 불교는 셋 중 종교적 성격을 가장 강하게 띠는 편이기 때문에 일종의 종교 사상을 의미하는 말인 불교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도가? 도교?

도가와 도교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글자인 ‘도’라는 글자는 모두 예상 가능하시겠지만 노자와 장자가 그토록 강조하고 자주 이야기하는 ‘도’입니다. 한자어로는 道길 도 자이게 됩니다. 

도가와 도교의 경우는 유가와 유교의 경우나, 불가와 불교의 경우와는 조금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가나 유교는 서로 비슷한 것이었고, 불가나 불교 역시 서로 유사한 말이었지만, 도가와 도교는 서로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도가는 노자의 사상과 장자의 사상을 의미합니다. 둘 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소박한 삶을 살아 갈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이 둘의 사상을 합쳐 보통 노장 사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자와 장자가 죽은 뒤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일종의 초월적 경지와 탈속(속세, 즉 인간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을 지향하는 노장 사상에 종교적 색깔을 덧입힌 형태인 도교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도가와 도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게 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도가는 그저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라고 말하며 태어남과 죽음 역시 운명으로 그저 받아 들이라고 주장한 반면 도교는 오히려 불로장생을 추구했다는 점입니다. 불로장생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말합니다. 심지어 도교는 영원한 삶을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신선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는데, 이때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노자와 장자가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보았나요? 오히려 착한 일과 나쁜 일을 가리는 것도 가치 분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노자와 장자는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도가와 도교는 서로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노장 사상 자체는 도가이지만, 노장 사상에 종교적 체계가 더해져 도교가 되면서 도가와 도교는 완전히 다른 것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도가와 도교의 경우에는 표현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써 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제시문의 사상가가 노자 또는 장자라면 ‘도가’라고 써 주시는 것이 맞고, 제시문의 사상이 도교라면 도교라고 써 주시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애초에 생윤 교육과정에는 도교가 등장하지 않으니 무조건 도가라는 표현만 사용하시는 것이 맞고, 윤사 교육과정에는 도교가 등장하니 도가와 도교를 잘 구분하여 써 주시는 것이 맞습니다. 

공부하고 지식을 새롭게 익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고 합니다. 몰랐던 것을 공부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순간부터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 더 밝아지고 명료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던 주가가 경제 공부를 한 이후부터는 의미 있는 숫자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칼럼을 읽으신 학생분들이 생윤 문제를 푸시다가 유교 사상가가 제시문의 사상가로 등장한 것을 보시고 유학, 유교, 유가가 가지는 뉘앙스의 차이를 떠올리시거나, 또는 윤사 공부를 하시다가 불경, 불상, 불성 같은 단어를 보시고 佛부처 불 자를 떠올리시면서, 조금이라도 시야가 환해지고 뚜렷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시기를 소망합니다.  

원래 이 주제로 칼럼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어젯밤에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써 봤습니다. 즉흥적인 삶입니다. 벌써 6월 평가원 모의고사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모두 열심히 공부하셔서 첫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좋은 결과 거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조만간, 학습에 보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칼럼으로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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