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고3 학기 초였습니다.
지금은 제 과 선배님이 되신,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공부를 잘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루틴’을 강조하셨습니다.
루틴, 즉 일정한 공부 습관을 만들어야 지치지 않고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고3 당시의 저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 조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결심하며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가득 찼고, 재수 생활 내내 선생님의 그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스터디 플래너를 꼼꼼히 작성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수험 생활을 돌아보면, 제가 가장 무너지고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나 루틴이 없거나 깨진 순간들이었습니다.
공부를 막 시작해 습관이 안 잡혔을 때, 몸이 아파서 흐름이 끊겼을 때, 그리고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가 바로 그런 위기였습니다.
이처럼 위기를 버티게 해주는 것이 루틴이기에, 저는 루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루틴이 익숙해지다 못해 '타성'에 젖는 것은 늘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은 본성이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습관이 하루 루틴 속에 자신도 모르게 자리 잡기 쉽습니다.
그래서 불편함 없이 그저 편안하기만 한 습관은 안 좋은 습관일 확률이 높습니다.
단적으로 공부 시간에 책을 펴놓고 딴생각을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좋은 루틴이 아니라, 그저 뇌를 멈춘 채 흘러가는 맹목적인 '관성'일 뿐입니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딴짓을 하고 그 사실을 인지했다면, 자리를 스탠딩 책상으로 이동하거나 타이머를 켜두고 실모를 푸는 등 스스로에게 인위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면 좋습니다.
편안한 익숙함을 인지한 즉시 환경을 바꿔야만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수험생이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듯, 저 역시 주기적으로 받는 성적표가 있습니다.
바로 인바디입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체중 / 골격근량 / 체지방률
올해 초,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쳇바퀴 같은 삶에 변화를 줘보고자 운동을 시작했고, 위 사진은 그동안의 결과물입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두 번 겨우 헬스장에 간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핑계가 다음주, 다음달의 습관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적당한 운동량이나 현재의 수치에 만족하지 않고, 무겁게 들고 당기기를 계속해서 스스로를 밀어붙였습니다.
근육은 한계에 다다라 포기하고 싶은 순간, 악착같이 들어 올린 마지막 한 번의 반복에서 성장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그만하고 쉬고 싶을 때, 한 문제를 더 풀어내고 한 지문을 더 읽는 그 치열한 순간이 여러분의 점수를 만듭니다.
수능까지 2주 남짓 남았습니다.
이제 남은 기간을 보며 '지금 와서 열심히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앞으로 남은 이 2주 남짓한 시간은 여러분이 지금껏 살아오며 보냈던 그 어떤 시간보다 밀도 높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밀도 높은 시간을 그저 관성에 기대어 흘려보낼지, 아니면 한계까지 쥐어짜며 돌파해 낼지는 오롯이 스스로에게 달려있습니다.
물론 무작정 잠을 줄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깨어 있는 시간을 얼마나 촘촘하고 치열하게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올해 초,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수능이라는 거대하고 감당하기 힘든 파도 속에 자신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험난한 파도를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성취가 맞습니다.
그러니 그 마무리도 후회 없이 뜨겁게 달려봅시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명언을 하나 보여드리며 칼럼을 마칩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파도에 자신을 던진다. 그리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는다. 타성에 젖기 전에 또다시 자신을 던진다. 이게 유우성의 방식이다.'
- 웹툰 '캐슬' 中 -
고려대
권기범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