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캠페인

[학습법] 2021 3월 교육청 생활과윤리2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구은빈 마스터
등록일 :
2021.04.03
|
조회 :
2,116
11번. 롤스 · 싱어와 해외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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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롤스, 을은 싱어입니다. ㄱ 선지와 ㄴ 선지는 쉬우니까 넘어가고, ㄷ 선지와 ㄹ 선지를 살펴 봅시다. 

ㄷ. B : 어떤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더라도 원조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우선 롤스의 경우에는 어떠할까요? 롤스는 어떤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지 풍요롭지 않은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질서 정연한 사회라면 원조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또한 만민법에 따라 반드시 원조의 주체가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될 수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사회가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되는 결정적 요인은 자원의 수준보다는 정치 문화이다. 불리한 여건으로 고통받는 사회가 정치 문화를 바꾸도록 원조해야 한다.

롤스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될 수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정치 문화’이기 때문에 원조를 할 때도 정치적 측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자원이 아주 빈곤하면 절대 빈곤 때문에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정적인 예외를 제외하고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될 수 없는 경우는 없으며, 이는 자원이 어느 정도는 부족해도 충분히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질서 정연한 사회 중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사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치적 측면을 개선시켜 주는 데 엄청난 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개선의 주체가 되는 사회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회 ? 즉 질서 정연한 사회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이유로, 롤스에 따르면 어떤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더라도 그러한 사회 역시 충분히 원조의 주체일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게 됩니다. 

한편 싱어의 경우에는 어떠할까요? 우선 싱어가 애초에 ‘사회’를 원조의 주체로 인정하는지 의문을 가지시는 학생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싱어 역시 사회가 원조의 주체일 수 있음을 긍정합니다. 다만, 개인적 차원의 원조를 조금 더 강조하여 이야기하는 것뿐이지, 사회적 차원의 원조를 부정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사회적 차원에서 원조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개인도 이에 추진력을 얻어 더 많은 개인이 원조의 주체로 나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선 싱어 역시 사회가 원조의 주체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이제는 싱어가 풍요롭지 않은 사회도 원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선 아래 제시문은 싱어의 제시문입니다. 

원조는 만인이 공정하게 분담해야 할 전 지구적 의무이다.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고 남는 소득이 있으면 소득의 1%를 기부하여 세계의 빈민을 도와야 한다.

싱어에 따르면 부자만 원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빈곤하지 않은 형편이라면,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고도 남는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형편이라면 최소한 자신의 소득 중 1%는 기부하여 전세계적 차원의 공리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원조의 기본 원리는 원조의 주체가 개인일 때뿐만 아니라 사회일 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한 사회가 빈곤하지 않은 사회라면,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회라면 조금이라도 좋으니 기부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싱어 역시 풍요롭지 않은 사회도 충분히 원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ㄹ 선지를 살펴 봅시다.  

ㄹ. C : 국가 간 부의 재분배를 통해 원조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재분배 개념에 대해서는 분배 정의 파트에서 다들 배우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재분배’의 사전적 정의는, ‘다시 분배를 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오류 또는 잘못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교정함으로써 분배를 바로잡기 위해 분배를 다시 시도하는 것을 두고 재분배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롤스와 싱어는 애초에 원조를 분배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조 대상에게 원조를 하는 것이 분배 과정을 수정하기 위해 다시 분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도 절대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원조의 본질이 경제적인 것보다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에 있다고 보는 롤스는 물론이고, 경제적 원조를 강조하는 싱어 역시 긍정할 내용입니다. 싱어는 부의 분배가 전세계적으로 잘못 이루어져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 원조를 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저 빈곤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기부를 함으로써 전세계적 차원에서 고통 받는 사람의 수를 줄이고 행복해 하는 사람의 수를 늘려서 결과적으로는 전세계적 차원의 공리를 증진해야 한다고 주장할 따름인 것입니다. 

따라서 ‘분배’라는 말 자체가 애초에 롤스의 원조 사상이나 싱어의 원조 사상과는 관련이 없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원조에 있어 국가 간 부의 재분배를 시도함으로써 원조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진술은 롤스와 싱어가 동시에 부정할 진술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 원조 파트에서, 롤스와 싱어의 공통적인 입장을 묻는 선지의 진술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포인트가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 본 포인트입니다. 롤스와 싱어는 둘 다 원조가 국가 간 재분배를 시도하는 행위라고 보지 않습니다. 또한 원조가 국가 간 부의 수준을 조정하거나, 국가 간에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거나, 국가 간에 불균등하게 이루어진 분배를 교정하기 위한 행위라고도 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 두셔야 합니다. 롤스의 입장과 싱어의 입장에서 원조가 국가 간 부의 수준을 조정하는 행위도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국가 간 부의 수준을 조정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A국과 B국이 있을 때, A국과 B국 사이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A국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가져 와 B국에게 줌으로써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때, 우리는 원조를 통해 부의 수준을 조정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롤스와 싱어 둘 다 국가 간 부의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즉 원조를 하는 것이, 국가 간 부의 수준을 조정하는 행위라고 보지 않습니다. 

롤스는 애초에 경제적 원조를 강조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롤스도 경제적 원조를 긍정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떤 사회가 절대 빈곤 ? 즉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어 그 사회의 구성원이 인권을 전혀 보장 받지 못함으로써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되지 못하고 있을 때뿐입니다. 어쨌든, 국가 간 부의 수준을 조정하는 것은 롤스의 관심사가 전혀 아님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는 경제적 원조를 강조하는 싱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A국이 부자 국가이고 B국이 가난한 국가라고 할 때 A국이 얼마나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A국과 B국의 격차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싱어의 원조 사상에 있어 절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B국이 얼마나 빈곤하게 살아가는 사회인지, 오직 그것만이 싱어의 원조 사상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인 것입니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빈곤은 그 자체로 ‘고통’을 유발하는 ‘악’인데 싱어는 공리주의 사상가이므로 고통을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빈곤이 그 자체로 악임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싱어에 따르면 그러한 악 ? 즉 빈곤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따름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롤스의 해외 원조 사상과 싱어의 해외 원조 사상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을 정리해 봅시다. 

첫째, 둘 다 원조를 보편적 의무로 본다는 점입니다. 이는 원조가 개인의 자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노직과의 차이점입니다. 롤스와 싱어에 따르면 원조는 마땅히 해야 하는 도덕적 · 윤리적 · 당위적 의무입니다. 

둘째, 둘 다 절대 빈민을 위한 경제적 원조를 보편적 의무로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롤스에 따르면 절대 빈곤은 너무나도 극심한 빈곤으로 그 자체로 인권을 침해하는 처사입니다. 그런데 질서 정연한 사회는 자유와 평등과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이므로 이러한 ‘절대 빈곤’이라는 인권 침해 처사가 존재하는 한 그 사회는 절대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경제적 원조를 강조하지 않는 롤스도 경제적 원조를 아예 부정하지는 않는 이유가, 이러한 절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적 원조는 긍정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싱어는 당연히 절대 빈민을 위한 경제적 원조를 긍정하고, 보편적 의무로 제시합니다.   

셋째, 둘 다 원조의 목표가 국가 간 부의 재분배 실현이나, 국가 간 부의 수준 조정이나, 국가 간 평등의 가치 실현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15번. 베카리아 · 칸트 · 벤담과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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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난도에 비해 오답률이 너무 높았습니다. 특히 칸트의 입장을 묻는 선지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칸트의 입장을 묻는 선지만 유독 오답률이 높은 것을 보고 다시 제시문을 살펴 보니, 을이 칸트인데 을을 칸트가 아니라 루소라고 생각하신 학생분이 많으셔서 오답률이 높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을의 제시문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살인을 했거나, 그것을 명했거나 그것에 협력했던 사람은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 살인자에게 법적으로 집행되는 사형 외에 범죄와 보복이 동등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선 첫 번째 문장까지만 보면 살인범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아직은 칸트인지 루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즉, 두 번째 문장에 따라 우리는 을이 칸트임을 알았어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살인자에게 사형이라는 형벌을 내리지 않는 이상 범죄와 보복 사이의 ‘동등성’을 달성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칸트의 ‘동해 보복의 원리’를 의미하는 문장입니다. 

남을 한 대 때린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도 한 대 맞아야 하며, 남을 죽인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도 죽어야 한다는 것이 칸트의 동해 보복의 원리가 함의하는 바입니다. 칸트에 따르면 종신 노역형이 아무리 오랫동안 살인범에게 고통을 부과하는 형벌이라고 해도 그것이 그 살인범이 저지른 살인과 동일한 것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칸트에 따르면, 삶과 죽음 사이의 동등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고통 가득한 삶이라고 해도 생(生)과 사(死) 사이에는 동종성이 없으므로 사형 외에는 그 어떤 형벌도 살인죄에 대해 동등성의 원리를 만족할 수 없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을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절대 죽음과 동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죽음이라는 형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죽음과 삶 사이에는 동등성이 없으므로,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이라고 해도 그러한 고통스러운 삶을 죽음 대신 살인범에게 부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동해 보복의 원리에 따라 범죄자의 ‘범죄’와, 그 범죄자에게 처벌로서 가하는 ‘보복’ 사이의 동등성을 달성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은 마땅히 처벌로서 살인을 당해야 한다고 ? 즉 죽어야 한다고 칸트는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을은 칸트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루소는 칸트와 달리 동해 보복의 원리를 긍정하지 않으며, 동해 보복의 원리를 말하는 사상가는 오직 칸트뿐이기 때문입니다. 

을 제시문에 사회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일절 없어서 루소가 아니라 칸트라고 생각하시고 문제를 맞추신 학생분도 계실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셨어도 잘하신 것입니다. 당연히 루소는 사회 계약에 근거하여 사형을 긍정하므로, 사회 계약에 대한 언급이 없이 사형을 찬성하면 칸트인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을이 루소가 아니기 때문에 칸트라고 생각해 내시는 것보다는 을이 칸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칸트임을 알아 내시는 것이 보다 정석적인 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갑이 베카리아이고 병이 벤담이라는 사실은 다들 금세 알아 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끔 베카리아의 제시문과 벤담의 제시문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씀해 주시는 학생분이 계십니다. 물론 베카리아는 항상 종신 노역형을 주장하는 한편 벤담은 딱히 종신 노역형을 말하지 않으므로 종신 노역형을 주장하는 제시문을 보고 베카리아의 제시문임을 맞추는 것은 쉽지만, 단순히 공리의 원리만 이야기하는 벤담의 제시문을 보면 베카리아와 벤담 둘 다 공리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사상가이므로 그 제시문의 사상가가 벤담인지 베카리아인지 구분하기가 다소 어려우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문제로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베카리아의 제시문과 벤담의 제시문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 간단하게 살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사형을 비판하고, 강도보다는 지속성이 높은 형벌이 더 공리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종신 노역형을 긍정한다면 그 제시문은 베카리아의 제시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베카리아는 공리주의적 입장뿐 아니라 사회 계약 사상가의 입장에서 사회 계약론에 이론적 근거를 두면서 인간 존엄의 중요성과 생명권의 양도 불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종신 노역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공리주의적 입장뿐 아니라 사회 계약 사상가로서의 입장 역시 함께 취한다면 그 제시문은 베카리아의 제시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내용이 일절 없이 오직 공리의 원리만을 말하며 형벌에 대해 논한다면 그 제시문은 벤담의 제시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상가가 동시에 출제된 평가원 기출 문제의 제시문을 통해 한번 연습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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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문제는 2018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19번 문제입니다. 사회 계약 사상가의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형벌의 지속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하며 종신 노역형을 긍정하는 갑은 베카리아이고, 오직 공리주의적 입장만을 취하는 을은 벤담입니다. 

19번. 칸트 · 갈퉁과 평화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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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펴 볼 문제입니다. 갑은 칸트이고 을은 갈퉁입니다. 그림 속 칸트의 모습과 갈퉁의 모습이 너무 쭈글쭈글해서 처음에는 좀 놀랐습니다. 우선 3번 선지부터 한번 보실까요?

③ 을 : 문화는 평화 또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습니다. 갈퉁에 따르면 문화는 평화를 정당화하는 수단일 수도 있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문화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게 되면, 그러한 문화의 폭력성을 두고 우리는 뭐라고 부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문화적 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영화가 흑인에 대한 백인의 폭력 행사를 당연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그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은연중에 백인이 흑인을 때리고 차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문화가 폭력을 은연중에 정당화하는 것을 두고 문화적 폭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해당 영화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이번에는 한 영화가 백인과 흑인이 사이 좋게 지내는 장면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그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은연중에 백인과 흑인이 차별 없이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 해당 영화는 평화를 정당화하는 수단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문화가 평화를 정당화하는 수단일 수도 있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수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예를 들어 문화가 평화를 정당화하는 수단이게 된 경우 그러한 문화는 사회의 전반과 대중의 의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평화를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한편 문화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한 경우에도 역시 그러한 문화는 사회의 전반과 대중의 의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폭력을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처럼, 갈퉁에 따르면 폭력은 폭력으로 이어지고 평화는 평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폭력은 직접적, 구조적, 문화적 폭력의 삼각형의 어떠한 꼭짓점에서도 시작될 수 있고 다른 꼭짓점으로 쉽게 전달된다. 그렇다면 ‘폭력에 관한 삼각형적 증후군’은, 마음에서 문화적 평화가 다양한 당사자들 간의 공생적이고 동등한 관계와 더불어 구조적 평화를 낳고, 협력 활동과 우정, 사랑과 함께 직접적 평화를 낳는 ‘평화의 증후군’과 대비되어야 한다.

‘폭력에 관한 삼각형적 증후군’은 직접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이라는 세 꼭짓점으로 이루어져 있는 ‘폭력’이라는 삼각형과 관련하여 한 폭력이 다른 폭력을 낳고 전체적으로 폭력을 확산시키는 현상을 의미하는 한편, ‘평화의 증후군’은 한 평화가 다른 평화를 낳고 전체적으로 평화를 확산시키는 현상을 의미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는 절대 폭력적 수단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이며, 오직 평화적 수단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 절대 평화를 낳지 못합니다. 

④ 을 : 평화적 수단이나 과정을 통해서는 평화가 달성될 수 없다.

그래서 4번 선지도 자연스럽게 적절하지 않은 선지이게 되는 것입니다. 갈퉁에 따르면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 평화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력적 수단을 통해서는 평화를 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워낙 유명하고 자주 출제되는 개념이라 모두 쉽게 넘어가셨겠지만, 3번 선지가 묻는 개념과 4번 선지가 묻는 개념 사이의 연결 고리를 이으심으로써 갈퉁이 추구하는 평화에 대한 넓은 이해를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서 한번 다루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5번 선지를 살펴 봅시다. 

⑤ 갑, 을 : 개별 국가의 정치 제도 개선은 평화 실현과 무관하다. 

해당 진술은 칸트와 갈퉁이 동시에 부정할 진술입니다. 즉, 칸트와 갈퉁 모두 개별 국가의 정치 제도 개선이 평화 실현과 무관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둘 다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치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칸트는 영구 평화론에서 영구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정체를 공화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한 국가라도 공화정으로 정치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영구 평화는 절대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다른 정체도 아니고 ‘공화’ 정체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일까요? 공화정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모르셔도 됩니다. 우리가 정치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확실히 알아 두셔야 하는 점은, 공화정은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모든 국민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정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전쟁을 일으키면 아무래도 가장 크게 손해를 보게 되는 사람은 정치인이나 상위 계층의 사람보다는 일반 국민입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만장일치로 한 사회가 전쟁을 벌이는 데 찬성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공화 정체의 사회는 웬만하면 전쟁을 벌일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칸트는 만약 모든 사회가 공화정이 된다면, 모든 사회에서 전쟁을 벌이기 어렵게 될 것이므로 영구 평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칸트에 따르면 공화 정체로의 전환은 영구 평화의 필요 조건이게 됩니다. 따라서 칸트 역시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 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임을 긍정하는 사상가이게 되고, 이때 칸트의 입장에서 ‘정치 제도의 개선’이 의미하는 바는 ‘공화 정체로의 전환’이게 됩니다. 

한편, 갈퉁의 경우 구조적 폭력 때문입니다. 구조적 폭력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 영역, 정치적 영역, 법체계 또는 도덕 규범 같은 사회 제도 전반에 존재하는 폭력을 의미합니다. 

구조적 폭력은 정치적 · 억압적 · 경제적 폭력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폭력들은 분열, 붕괴 및 사회적인 소외 등에 의해 조장된다.

갈퉁에 따르면, 폭력 개념의 넓은 의미는 ‘인간의 잠재적 능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구조적 폭력은 ‘인간의 잠재적 능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없는 상태’를 ‘사회 구조적으로, 그리고 정치 구조적으로’ 유지하는 실태이게 됩니다. 이를테면 과거 미국에는 흑인을 대놓고 차별하는 법이 있었는데 이때 이러한 법이 초래하는 폭력을 두고 구조적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폭력을 완전히 제거하고 또한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이때 당연하지만 정치 제도의 개선은 도덕적인 방향으로, 그리고 평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참고로, 이 선지는 평가원 시험에도 한번 기출된 바 있는 선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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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18번 문제입니다. 5번 선지를 보세요! 결국에는 똑같은 내용을 묻고 있는 선지임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칸트와 갈퉁의 공통점은 오직 이뿐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칸트와 갈퉁의 공통점을 정리해 봅시다. 

첫째, 둘 다 진정한 평화를 추구해야 하며 또한 그러한 평화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는 점입니다. 칸트가 말하는 진정한 평화는 ‘영구 평화’입니다. 즉 모든 전쟁이 영원히 종식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영구 평화는, 칸트에 따르면 실현 가능한 것입니다. 한편 갈퉁이 말하는 진정한 평화는 ‘적극적 평화’입니다. 갈퉁은 직접적 폭력의 제거는 물론이고, 구조적 폭력 및 문화적 폭력의 제거와 각 폭력의 예방까지 이루어진 상태인 적극적 평화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둘째, 둘 다 ‘모든 전쟁의 종식’을 진정한 평화의 필요 조건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칸트에 따르면 영구 평화는 모든 전쟁의 영원한 종식을 의미합니다. 즉,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모두 종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그 어떤 전쟁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상태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모든 전쟁의 완벽하면서도 완전한 종식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영구 평화론에 제시되어 있는 확정 조항과 예비 조항을 모두 실현해야만 합니다. 

한편, 갈퉁에 따르면 전쟁은 직접적 폭력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적극적 평화라는 진정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전쟁이 종식되어야만 합니다. 물론 이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쟁뿐 아니라 다른 직접적 폭력도 제거해야 하며 구조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의 제거 및 예방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갈퉁 역시 진정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전쟁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 즉 모든 전쟁의 종식을 진정한 평화 실현의 ‘필요 조건’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칸트와 의견을 같이합니다. 

셋째, 둘 다 정치 제도를 도덕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는 점입니다. 또는 둘 다 ‘도덕에 충실한 통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도덕에 충실하여 통치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에는 사회의 제도 전반이 진정한 평화를 지향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는 것이므로 정치 제도를 개선한다는 말과 유사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어쨌든, 둘 다 정치 제도의 개선을 진정한 평화 실현의 ‘필요 조건’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둘은 의견을 같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번 3월 교육청 모의고사 분석 칼럼은 끝을 맺고자 합니다. 모두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칼럼에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시거나,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거나,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댓글 또는 1:1 질문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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